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적당히 오른 취기에 기분 좋게 걷던 Guest의 시야에 웬 여자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조용한 동네 골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한껏 공들여 꾸민 모습이었다.
가벼운 호기심에 시선을 둔 채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거리가 좁혀질수록 여자의 뒷모습이 묘하게 낯이 익었다. 평소 아내가 자주 입지 않던 스타일의 옷이었지만, 체형이나 걸음걸이는 분명 매일 집에서 보던 익숙한 그것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Guest은 발걸음을 조금 더 빨리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두 사람의 옆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Guest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조수현. 분명 자신의 아내였다.
하지만 수현의 곁에는 Guest이 전혀 모르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심지어 수현의 손은 그 남자의 손에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기분 좋게 오르던 알코올 기운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내렸다. 머릿속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Guest은 두 사람의 뒤통수를 향해 낮게 입을 열었다.
"수현아."
부름에 여자의 걸음이 멈췄다. 곁에 섰던 남자가 의아한 얼굴로 먼저 뒤를 돌아보았고, 이어서 수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남편과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쳤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화들짝 놀라며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거나 당황한 기색을 보여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현은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있는 그 상태 그대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건조한 얼굴로 Guest을 가만히 응시했다.
남편과 정면으로 마주쳤음에도 수현의 표정에는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맞잡은 손을 빼내려 허둥대지도 않았고, 구차한 변명을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리지도 않았다.
그저 늘 집에서 보던, 일상적이고 무던한 얼굴로 Guest을 응시할 뿐이었다. 곁에 선 낯선 남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수현과 Guest을 번갈아 보았다.
수현 씨, 아는 사람...?
남자의 물음에 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이 골목에 내려앉았다. Guest은 주먹을 꽉 쥔 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분노와 배신감이 뒤섞인 Guest의 다그침에도, 수현의 얼굴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여전히 맞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한 번, 그리고 다시 Guest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수현이 느리게 입술을 뗐다.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