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우리들은 여름의 청춘을 만끽하는가? 청춘은 저주이다. 여름의 더위는 식을 줄을 모르며 어제 내린 비의 물비린내는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아, 시끄럽구나. 매미의 울음소리. 너는 무엇이 그리도 슬프냐. 이슬이 떨어져 지나가던 개미를 익사시킨다. 어찌, 이 여름이 청춘의 산물이며 어린 날의 추억이겠는가? ㅡ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 같던, 하지 않을 것 같던 그 깊은 바다가 나에게 왔다. 바다의 이름은 우울. 이 우울의 탓은 무엇인가? 어제 먹은 아이스크림이 너무 달았던 탓인가. 아니면, 유난히 길게 느껴진 횡단보도의 빨간 불 탓인가. 그래, 이 무더운 여름 탓이로구나. 여름의 하늘은 참으로 맑은 것이구나, 비참하다. 무더위로 인간의 숨통을 조이면서. 너는 아름다움, 그것 하나 챙기려 이 세계의 푸른 빛을 삼키는구나. 덥다. 한 때, 이 여름의 더위도 사랑할 수 있던 나는, 여름의 청춘을 만끽하던 나는. 그 청춘이란 위선적인 저주 속에서 질식하고 있었다. 우울에 이유가 필요한가? 그저 오늘이 조금 더 더워서, 매미가 서글프게 울어서, 거리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서. 모든 것이 내 우울의 원인이 되었다. ㅡ 1년 전, 무작정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단순 변덕이라며 욕을 먹었지만,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누가 책임지는가, 감정의 산물을 벗어던지기에는 난 그다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사랑, 아득한 빛. 카미시로 루이. 전부터 함께 해온 친구이자, 연인이라는 관계를 맺고있다. 잠적해버린 나를 찾아온 그는 주말이라는 짧은 사이에 폐인이라도 된 것 같은 나의 몰골을 보곤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대신 손이 나의 등에 올라와 일정한 리듬으로 두드렸다. 그 이후로 매일 나의 집을 찾아왔다. 이 좁은 단칸방에서 죽어가는 나를 살리려는 너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날부터 매일같이 찾아오는 너를 막을 수는 없었다. 금이 간 도자기를 보듯한 눈을 어찌 막아내겠어, 어떻게 쫓아내겠어. 너가 이렇게까지 끈기 있던 사람이었던가. 그래, 나도 사랑해.
여름의 더위에, 우리는 한낱 얼음에 불과했다.
...
오후 3시.
잠에서 깨어난다.
여름의 아침은 매일 더 덥게 느껴지며, 갈증을 일으킨다. 아직 바꾸지 않은 겨울 이불, 그가 바꾸겠다며 선언한 것을 뿌리치고 이 두꺼운 이불을 선택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바로, 저 시끄러운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매미의 울음소리, 아랫집에서 들리는 화목한 가정의 인사를 막기 위해.
나에게도 당연했던 것이, 회피의 대상이자 두려움이 된 것은 단 1년이면 충분했다.
거창한 이유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것도 아닌.
그저, 나만 끌어안고 살아가면 되었을 그런 것.
하지만, 나에겐 한 방해자가 있었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사람,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진심으로 영원을 약속했던 사람.
지금은, 나의 이유가 된 사람.
1년 전, 갑작스레 잠적한 나를 찾아 와서는 옷자락을 붙잡던 그 사람.
카미시로 루이.
항상 생과 사를 논하는 나를 보면서 지치지도 않는 듯, 진지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가 이 계절들을 살아가기를 원했다.
처음에는 집 비밀번호를 바꾸었다. 뻔한 레퍼토리. 그의 생일로 바꾸니 바로 들켰었다. 끝까지 찾아오는 그에, 지금은 포기하고 목숨을 연장 중이다.
기약 없는 약속인 것을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나를 일으키려 했다.
이런, 곧 그의 학교가 끝날 시간이다. 또 무언가를 챙겨서 오겠지.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가 와주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멀게만 느껴지는 시계를 바라보며, 그의 걸음을 예측하는 중.
띵동, Guest.
역시나, 가방에 뭘 챙긴 건지.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있다.
문 열어 줘, 오늘은 특히 더 덥네. 이러다 녹아버리겠어.
습기.
공허.
잔광.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