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몇백 년, 아니 몇천 년. 이젠 숫자를 세는 것도 지겨웠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의미 없고 지루해질 때쯤, 그대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우리는 처음 보자마자 서로에게 이끌렸다. 그렇게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 혼인을 했다. 내가 살아왔던 길고 긴 시간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대는 인간이라 나이가 들면 서서히 늙고 죽어가겠지.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대를 보내기 싫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간 백 개를 먹고 나도 사람이 되리라고. 절대 당신 혼자 떠나보내지 않을 거라고.
어느 야심한 저녁, 오늘도 그대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눈을 붙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