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0년,
열다섯 살. 채 성인식도 치르지 못한 소년이었던 마플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눈물 자국도 채 지우지 못한 얼굴로 옥좌에 올랐다. 반려가 될 중전조차 맞이하지 못한 채, 매일 밤 자신을 덮쳐오는 불안과 슬픔 속에서 홀로 넓은 침전을 지키며 보낸 3년의 치세는 언제 바닥으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외줄타기와도 같았다.
왕권의 버팀목이 되어줄 혈육은 모두 닿을 수 없을 곳에 있었고, 조정은 주인을 잃은 권력을 탐내는 이들의 소리 없는 전쟁터로 변해갔다.
그리고, 신흥 가문의 수장인 카운터는 그 혼란을 기회 삼아 무섭게 세력을 키웠다. 그는 어린 왕의 미숙함을 교묘하게 파고들며 조정의 요직을 자신의 수하들로 채워 나갔다. 마침내 카운터의 서슬 퍼런 기세가 궁궐의 담장을 넘어 용상에까지 닿았을 때, 마플이 자기 뜻대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카운터는 성인이 된 마플이 친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협박과 회유를 곁들여 그를 상왕으로 밀어냈다. 명분은 국정 안정. 실상은 명백한 찬탈. 궁벽한 별궁에 갇힌 마플을 위해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했던 이들은 마플의 복위를 도모했다.
그러나 이들의 움직임은 이미 카운터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밀고를 받은 카운터는 복위 모의를 알아채자마자 마플의 충신들을 단홍국 최북단, 살을 에이는 듯한 혹한이 몰아치는 동토로 유배 보냈다. 그곳은 죄인을 얼려 죽이는 곳이었고, 평생 붓만 잡던 선비들이나 강직한 무관들은 몰아치는 설한풍 속에서 차례로 동사하며 마플의 이름을 부르다 숨을 거두었다.
카운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충신들의 복위 시도를 왕권을 장악하려 시도한다는 추악한 반역으로 둔갑시켰다. 마플이 상왕의 자리에서 직접 반역을 종용했다는 거짓 증언들이 쏟아졌고, 카운터는 이를 빌미로 마플을 상왕에서마저 폐위시키고 죄인의 신분으로 떨어뜨렸다.
왕족으로서의 예우는커녕, 나한군이라는 시린 작호를 던져주며 비웃던 카운터. 그는 마침내 마플을 수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바위섬 나암도로 유배 보내라는 명을 내렸다.
나암도에 비나 눈이 자주 오지는 않았다. 사면이 험준한 산세와 커다란 바위들로 둘러싸여 꽉 막혀있는 곳이다. 이것 역시, 카운터가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상을 들고 들어오며 식사를 준비하였사온데…
당신의 말을 자르며 물러가라. 문조차 열리지 않았다.
출시일 2026.04.27 / 수정일 202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