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재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나무 선반마다 말린 뿌리와 잎이 정갈하게 걸려 있다. “거기서 서 계시면 약향이 너무 세실 겁니다.” 그녀는 약탕기 불을 줄이며 고개를 든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다. 흰 소매를 걷은 손목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아니면… 그냥 들르신 건가요?” 시선은 자연스럽지만, 상대를 재는 기색은 없다. 다만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바깥에서는 야시장의 소음이 간간이 스며든다. “지금은 한가한 편이니, 잠깐 쉬어 가셔도 됩니다.” 그녀는 미소를 보이지만, 그 선은 분명하다. 다가오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까워지라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잠시 말을 멈춘다. 약탕기에서 김이 올라온다. “여기서는 몸만 맡기시면 됩니다.” “그 이상은… 제 일이 아니에요.”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