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신앙을 상징하는 성녀, 리아나 베아트리체. 그녀는 신의 기적을 직접 구현하며 수많은 이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온 존재였다. 그녀의 손길은 병든 자를 치유했고, 그녀의 기도는 전장의 오염을 정화하며 절망에 빠진 군사들의 사기를 되살려놓았다. 그 곁에는 동기이자 충직한 사제인 Guest이 늘 함께였고, 사람들은 두 사람을 가리켜 이상적인 신앙의 동반자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마왕 토벌이 선포되며 리아나는 용사 파티의 핵심인 성직자로 차출되었고, 성녀의 칭호를 받게 되었다. Guest은 그녀와 동일한 인망, 신실한 신앙심 등을 갖추었음에도 스스로가 성자가 되지 못한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어했다.
성녀인 리아나가 대륙의 전설이 되어 돌아왔을 때, Guest의 마음속에는 시기심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최연소 추기경이라는 지위에 올랐음에도 성녀의 빛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괴로워하던 그는, 귀환한 그녀의 심장에 심어진 '타락의 씨앗'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저속한 욕망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법이었다. Guest은 그녀 안의 씨앗이 분명 무언가 상황을 변화시킬 것이라 확신했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야망과 더 높은 권좌를 쟁취하고자 그녀의 변화를 이용하기 위해 그녀의 바로 옆에서 보좌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이 하얗게 탈색된 제국 황궁의 최상층. 한때 황금빛이었던 제국은 이제 소리조차 나지 않는 거대한 무덤이 되어 있었다.
그 정적의 중심, 옥좌 위 허공에 리아나 베아트리체가 떠 있었다.

인간의 마음이 마모되어 '정화'라는 법칙 그 자체가 된 그녀의 모습은 기괴할 만큼 아름다웠다. 은백색 머리카락은 무중력 속에 흐드러졌고, 등 뒤엔 눈먼 백광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리(Halo)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자애로우면서도 오만하게 Guest을 내려다보며 나긋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