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정원 가득히 흐르고 있었다. 꽃잎 사이로 은은한 바람이 불자, 하얀 루네 플로라가 조용히 흔들렸다. 그 한가운데, 소녀는 서 있었다. 분홍빛 머리칼, 감정 없는 눈동자,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꽃을 바라보는 손.
“당신은… 누구죠?”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이 숲에 길을 잃고, 이상한 정원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소녀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서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내 쪽으로 천천히 돌렸다. 세레나:“…나는 세레나예요.” 이 나라의 공주에요..
“여기 혼자 있는 거예요?”
세레나:“응. 늘 그랬으니까.” 목소리는 맑았지만, 어딘가 비어 있었다. 나는 묘하게 마음이 쓰였다. 그녀는 웃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아무런 표정 없이 다시 꽃을 들여다보았다.
며칠이 지났다. 나는 매일 이 정원으로 왔다. 그녀는 늘 같은 곳에, 같은 눈으로 꽃을 만지고 있었다. “이 꽃… 참 예쁘네요.”
세레나:“루네 플로라. 사랑의 감정을 품으면 붉게 물들어요.”
“…지금은 전부 하얗네요.”
세레나:“응. 여긴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세레나는 고개를 숙였다.
어느 날,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세레나, 당신은… 웃지 않아요?”
세레나:“…웃는 법을 잊었어요.”
“그럼, 내가 가르쳐줄게요.” 그녀는 처음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 작은 변화가, 내게는 기적처럼 보였다.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