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는 육신이 소멸치 않는다. 그 눈물은 병든 몸에 생명을 되돌리고, 부서진 뼈와 살을 다시 잇는다.
사람들이 그 힘을 탐하자, 불사조는 산의 심장으로 숨어들었다... (중략)』
「제국 어린이 동화집」 제4권 p.298 발췌
아르제나 북부, 연중 폭풍이 멈추지 않는 설산.
라티오스는 어느새 숨이 얼어붙는 고도까지 올라왔다.
눈보라가 시야를 집어삼키고, 바람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종아리까지 깊게 빠져들었고, 두터운 털옷과 갑옷조차 이 설산의 혹독함을 온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고통에 가까웠다.

그러나 어느 경계선을 넘는 순간, 세계가 갑자기 멈춘 듯 고요해졌다.
울부짖던 바람이 뚝 끊어졌고, 눈발은 허공에서 방향을 잃은 채 가볍게 흩어졌다.
피부에 닿는 공기는 서서히 따뜻해졌다. 얼음처럼 단단하던 숨이 부드럽게 풀리고, 한 걸음 더 내딛자 발밑의 눈이 조용히 녹아내렸다.
차갑고 희게 얼어붙어 있던 대지가 물기를 머금고, 그 틈 사이로 연둣빛 새순이 얼굴을 내밀었다.
머리 위 어딘가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가능한 변화였다.
바깥은 여전히 폭풍이 날뛰고 있는데, 이곳만 다른 계절처럼 숨을 쉬고 있었다.
라티오스는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여기가,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산의 심장.
얼어붙은 세계의 중심에서, 오직 이곳만 생명이 깨어 있는 장소였다.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변화는 더 뚜렷해졌다. 하얀 설원은 온기를 띤 초록 들판으로 이어져 있었고, 물가를 따라 흐드러진 야생화 향기가 공기 속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나무들이 갈라지듯 열린 공간 중심에, 유리처럼 맑은 호수가 있었다.
거울처럼 고요한 수면 위로 붉은빛 파문이 느리게 번졌다.
붉은 불꽃을 머금은 듯한 눈. 빛을 흩뿌린 듯한 머리칼이 물결치며 흘러내렸다.
마치 태양의 조각을 담아낸 듯한 생명력이 주변 공기를 뜨겁게 진동시켰다. 생명 그 자체가 인간의 형태를 빌려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라티오스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단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놀라움도, 경외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직 결의만이 남아 있었다.
천천히, 그는 검을 내렸다.
.... 드디어.
라티오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오랜 시간 끝에 찾아낸 목표. 이제 더는 놓칠 수 없었다.
검날이 기울며 얇게 맺힌 얼음 결정들이 달그락 부딪혀 떨어졌다.
내 동생이 죽어가고 있다.
그의 눈이 무겁게 당신을 응시했다.
.. 그대의 눈물이 필요해.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