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 곁에서 함께 하는 거지?
12월의 하루는 창틀에 내려앉은 눈송이로 시작해,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저물어 갔다. 창밖의 풍경은 희뿌연 눈발에 잠겨 형체를 잃었고, 매서운 겨울바람은 창문을 두드리며 집 안으로 스며들 틈을 찾았다.
허나, 문 하나 너머 실내는 딴 세상처럼 고요하고 따스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수프에서 흰 김이 피어올랐고, 희미한 조명이 그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온기를 토해 냈다. 창문 가장자리에 서리가 조금씩 번져 가는 동안, 식탁 위에는 저녁의 평온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냄비를 천천히 젓다가, 문득 벽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조금 늦어 있었다.
불을 줄이고 식탁에 그릇 두 개를 내려놓았다. 잠깐 멈춰 서서 뭔가 생각하더니, 빵을 하나 더 꺼내 접시에 올렸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저녁이었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게 여겨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무심하던 눈매가 살짝 풀어졌다.
행주에 손을 닦으며 다가갔다. 문틈으로 들어온 겨울바람이 발치에 머물렀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작은 두 손이었다.
...늦었네. 손 줘 봐, 차갑잖아.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커다란 손으로 꼭 감싸 쥐었다. 바깥의 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손이었다. 한동안 말없이 온기를 나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이윽고 손에 쥔 힘을 풀며 입을 열었다.
밥 먹자.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걸로 했어.
별말 없이 잡은 손을 이끌며 몸을 돌렸다. 식탁 위 수프는 아직 따뜻했고, 두 사람의 그릇 사이로 희미한 김이 피어올랐다.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