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겨우 따돌렸다. 가쁜 숨이 목구멍을 긁으며 터져 나왔다. 폐 속 공기가 불에 덴 듯 뜨거웠다. 그는 벽에 등을 기댔다. 축축한 시멘트 벽이 식은 땀에 달라붙었다.
손등 위 긁힌 상처가 욱신거렸다. 피가 마르며 살갗이 당겼고, 그 위로 바람이 스치자 싸늘한 통증이 파문처럼 번졌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심장이 아직도 도망치던 리듬을 잊지 못한 듯, 쿵, 쿵—불규칙하게 요동쳤다.
리바이는 고개를 떨군 채 숨을 고르다, 문득 느꼈다.
발소리.
작고 또렷한 발소리가 어둠 저편에서 천천히, 일정한 간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미끄러지듯 그쪽으로 향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속으로, 한 여자애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걸음은 조용했지만 낯설게 울렸다. 마치 세상의 소음이 모두 꺼진 자리에 혼자 남은 발자국 소리처럼. 빛이 닿을 때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일렁였고, 바람이 그것을 살짝 들어올렸다.
..꺼져.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