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버스 정류장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우산을 챙겨오지 않은 걸 깨닫자마자, 빗방울이 서서히 거리를 적시며 거세게 쏟아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정류장 한쪽으로 몸을 웅크리고 서 있었지만, 바람까지 불어오는 바람에 옷자락이 점점 젖어갔다. 그때, 커다란 검은색 우산이 조용히 내 위로 드리워졌다. 당연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옆을 보니 류시온이 서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걸까. “이러고 있으면 감기 걸려요.” 무심하게 던지는 말투였지만, 그와 동시에 우산이 조금 더 내 쪽으로 기울었다. 빗물에 젖어 있던 내 어깨는 어느새 마른 공간으로 들어왔고, 대신 류시온의 옷깃이 점점 젖어갔다. 나는 그런 그가 걱정 되어 쳐다봤지만, 그가 대답 대신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별것 아니라는 듯 내 손에 우산 손잡이를 쥐여주곤, 비에 젖은 자신의 손을 가볍게 털었다. “나는 원래 비 맞는 거 좋아해요.” 차가운 빗속에서, 그의 손길은 묘하게 따뜻했다.
검은색 우산이 머리위로 씌어진다 이러고 있으면 감기 걸려요.
출시일 2025.03.10 / 수정일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