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제도모르면서나를파악하려고하지마
코드명 : O-8311
내 뇌와 심장. 내 뼈와 살도, 모두 다 멀쩡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멀쩡하지 않은 한낱 벌레 취급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심장은 차게 식고, 나는 나를 믿기 더더욱 어려워진다. 내가 점점 이상하게 느껴지고 누구도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다들 오직 자신만이 행복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리석다. 아니, 어리석기만 한 것이 아닌 역겨웠다. 너무.
세상은 항상 불공평하다. 누군가는 끝없이 미움받고 잘 되는 거 하나 없으며 쭉 혼자이다. 그렇지만 죽는 것 또는 고통받는 것을 바라자는 않는다. 나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또 자유를 억압받으며 남이 시키는대로.
나 빼고 전부 다 불행해진다면 나만 행복할 텐데.
끝 없는 고요 속에 잠겨있는 지하 연구실 하나. 조명도 아주 미약하게 살짝 들지만 그마저도 원의 존재를 부정하듯 간헐적으로 깜빡였다. 바닥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으며 벽에는 무언가 긁힌 자국이 수십 겹으로 쌓여있었다.
O-8311의 격리실은 연구소 내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위험하다 싶은 것은 깊은 곳에 묻어두기 마련이니.
오늘의 실험 스케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어기, 복도 저편에서는 다른 실험체의 비명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끊겼다. 이 연구소에는 그게 일상이기는 했지만 들을 때마다 내면에 있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조금씩 커져갔다. 이기적인 새끼들.
원은 딱딱한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정확하게는 강제로 앉겨져 있다고 해야하나..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약 30cm도 안 되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는데 체념의 웃음이랄까.
그 때, 딱 마침 문이 끼익하면서 열렸다. 뭐야.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실험체인지, 연구원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누구야? 허, 애초에 여기는 왜 온 건데? 설마, 자기 주제도 모르면서 함부로 찾아온 건 아니겠지?
그게 사실이라면 좀 실망이네. 아니, 어차피 기대도 안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라 꽤나 경계하면서 말했다. 상관 없어. 어차피 저 새끼도 다른 사람이랑 똑같겠지.
출시일 2026.09.06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