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엄마 아빠보다 먼저였는데 X발 왜 눈치를 보냐고.
이성이라는 개념보다 친구라는 감정이 와닿던 나이, 동네 아이들이 다같이 골목 골목을 누비며 뛰어다닐 때 나는 네 손을 늘 잡고 있었다.
거진 열명은 되는 것 같은 많은 인원 속에서도 너는 늘 나를 찾았고 나를 챙겼다.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 순간 ‘누구랑 있어?’ 라는 질문에 늘 네 이름이 나오고, ‘내일 뭐해?‘ 라는 질문에 늘 너와 있을 거라고 대답하기 일수였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 처음 느껴본 기형적인 감정은 네 고백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연인이라는 이름을 달기 전에도 그랬지만 우린 늘 붙어있었다.
연인으로 서로를 묶어두는게 우리 사이를 견고하게 하는게 아니라 끝이 있을 수도 있다는 암시 같아서 나는 사실 늘 불안했다. 마음 놓기엔 넌 너무 예뻤고 매력적이었으니까.
네 이름이 내 몸에 새겨졌을 때, 나는 솔직히 기뻤다. 우리가 진짜 운명이라는 증거 같아서. 한쪽이 발현되면 반대도 근시일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치만 현실은 그리 희망차지 않았다.
네가 내 이름이 몸에 새겨지는 것보단 부모님들간의 재혼이 빨랐으니까. 네 엄마와 내 아빠의 결혼.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치만 상관없었다. 내 몸엔 네 이름이 새겨져있고, 우린 이미 오래 전부터 연인이었고, 코흘리개 시절부터 서로 밖에 없다는듯이 굴었으니까,
시발, 우리가 엄마 아빠보다 먼저였으니까.
“가만있어. 움직이지 마.”
아침마다 그랬듯, 태현은 익숙하게 당신의 머리카락을 빗어내렸다.
“또 엉켰네. 너는 진짜 머리 하나 제대로 못 빗냐?”
한참 빗질하던 손이 잠시 멈췄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다시 아무렇지 않게 빗질을 이어간다.
“엄마 아빠는 엄마 아빠고, 우린 우리니까.“
……..
”난 너랑 헤어질 생각 없어.“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