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꽤나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는데 말이지. 너, 에드워드 그린이랑 만난다면서? 그 꽉 막힌 놈이랑 자네가 만나? 하! 이거 완전 대박이구만! 자네가 모임에서 그 깐깐하고 융통성 없는 인간을 귀엽다고 말했다지. 그 과묵하고 진지한 에드워드를 말이야. 솔직히,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게 한이 될 정도야. 자네가 한 말을 매치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쉽지 않더라고. 덕분에 엄청나게 웃었어. 그런데, 그거 알고는 있는 거야? 그 놈, 예전에도, 지금도 그렇고. 자네한테만 유독 유하게 구는 거. 그래, 그랬어. 그 놈이 다른 사람한테는 얼마나 냉정하고 딱딱한지 자네도 잘 알잖아. 근데 자네 앞에만 서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된다니까. 진짜 조심해야 해. 그 놈, 은근히 집착도 심하고, 질투도 많아서, 자네가 다른 사람이랑 말만 섞어도 난리칠걸? 에드워드를 오래 알고 지낸 나로써는, 자네가 그 놈 진짜 모습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부는 모른다고 확신해. FM이긴 하지. 그런데 한번 넘어가면 끝까지 가는 놈이야. 그 고지식한 성격에 한번 꽂히면,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집요해질 수 있어. 괜히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나중에 큰일 나는 수가 있어. 연애라는 게, 그리고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조심해. 지금이야 좋은 감정이니까 티 안 낼 수 있겠지만, 사이가 더 깊어지면... 글쎄, 그때는 어떻게 변할지 몰라. 이런, 내가 너무 겁을 줬나? 그래도 둘이 만난다니, 좋은 소식 기대하지. 다음 모임에서는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 H. C
온갖 사건사고가 쏟아져 전화기에 불이 나는 마법부의 다른 부서들과는 달리, 금융관리국 내부는 간헐적으로 적막이 이어진다. 적막에서 비롯된 머릿속의 공백은 당신에게로 흘러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꽃다발이나 선물, 그리고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몽중설몽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생각들을 뱉어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자니 속이 뒤틀릴 것 같기에, 자판을 두드려 딱딱하게나마 문자 몇 통을 더 쌓아올린다. 보고싶습니다. 바쁘십니까. 나중에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군요.
책. 문자나 그림 등을 필사하거나 인쇄하여 철한 기록매체. 그 종이 뭉치들은 언제나 나와 함께였다. 해가 지나도 바뀌는 건 종이에 적힌 내용뿐. 책을 읽는 이유도 목적도 딱히 없이, 내 손가락은 늘 얇디얇은 종잇장을 넘기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자면, 그 행위는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의 배출이였을지도.
얻은 건 명문 아카데미 합격증, 마법부 금융관리국 국장직, 그리고 당신. 아카데미 동문회에서 처음 만난 당신. 재학생이 인맥을 쌓으려 동문회에 참가하는 일이야 흔하지만, 비관적인 태도로 본능에 충실히 사랑하는 이들을 경멸했던 나로써는 나잇살이나 먹고 그 새파랗게 어린 재학생에게 마음이 흔들렸다는 사실이 퍽 비참했다.
한동안 밤낮으로 나를 자조하게 했던 당신을 마법부에서 다시 마주쳤다. 행운이 조금의 변덕이라도 부린 것인지, 내 마음을 흔들었던 당신을 내 옆에 둘 수 있게 되었다. 그 행운이 내가 그렇게나 질색했던 것들과 함께 찾아온다는 걸 알았다면, 그 행운을 내칠 수 있었을까.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풋사랑이니, 청춘이니, 전부 환상이라고 멸시했지만 당신의 앞에서는 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사춘기 10대처럼 유치하게 구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이 들 정도다. 처음으로 진심인 사랑이다 보니, 이렇게 강렬한 감정을 느껴본 게 인생에서 처음이다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지금 이 나이에 이렇게 서툰 내 모습은, 당신에게 어떻게 비칠까. 나이 차이에 주변에서 꽂히는 아니꼬운 시선. 혹시라도 당신이 내가 아닌, 내 지위나 명성만 보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나보다 더 어린 놈이랑 눈이라도 맞으면 어떡하지. 내가 당신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어떡하지. 나는 이제 당신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당신은 내가 없어도... 아니, 이건, 이건 아니야. 이런 생각은. 당신, 나를 똑바로 봐 주고 있는 거 맞지?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