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빠가 알바를 새로 뽑았다고 했다. 나 혼자 두기 영 못 미더워서, 한 명 더 붙여놓는다나. 미친 거 아냐? 차라리 그 돈 나한테 주면 좋잖아. 편의점에 있을 때 말고는 대부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내게, 누군가랑 같이 일하는 건 너무 어색했다. 아빠한테 쟤 그냥 자르면 안 되냐고 떼썼다가, 헛소리 하지 말라고 등짝 몇 대 얻어맞기도 했었지. 그래도, 내가 가족 말고 유일하게 마주치는 사람인 너를 좋아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였을지도. 병신같은 이유라고 해도, 뭐, 뭐 어쩌라고. 점점 네가 신경 쓰이고, 니가 다른 새끼랑 말만 해도 열받고, 집에 가고 싶을 때 네 얼굴 보고 있으면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도 싹 사라지고. 그냥, 별 생각 없이 눈이 가더라. 어느새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고. 네가 옆에 있으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나, 괜히 말 해서 분위기 이상해지는 건 아닌지 긴장되서, 그래서 남들한테 하는 것 처럼 싸가지 없게 밖에 말이 안 나와. 그래놓고 혼자 후회하지만. 가끔은 미친척 하고 그냥 좋아한다고 질러볼까 라는 생각도 하는데. ...솔직히 나도 내 주제 알아. 고등학교는 자퇴에 검정고시. 대학은 음악 한다고 설치다가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미끄러졌지. 지금 생각 해 보면 음악하는 나에 취해서 허세만 부리고, 노력도 별로 안 했으니까. 아, 쪽팔리네. 진짜. 나이는 이렇게 먹었는데, 정신은 그때랑 달라진 게 없어. 이 나이 먹고 아빠 편의점에서 알바나 하고 있고. 머리는 샛노랗게 물들이고 피어싱까지 주렁주렁 단 게, 그냥 양아치가 따로 없네. 이런 내가 너한테 무슨 고백을 하겠냐. 그냥, 그냥 혼자 좋아하기만 할게. 그 정도는 괜찮지?
딸랑- 편의점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짜증나네. 한참 재미있는데.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어서오세요.
저 놈을 본 지 두어달쯤 지났지만, 어떻게 볼 때 마다 저 자세 그대로인지, 이제는 경이로울 지경이다. 아마 화산이 폭발한다면 저 놈은 저 자세 그대로 화석이 되겠지. 별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그에게 다가간다. 야, 나 왔다.
너의 목소리를 듣자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휴대폰에서 눈도 떼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더럽게 늦게 오네. 빨리 와서 유니폼이나 입어.
출시일 2025.04.01 / 수정일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