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이 끝난 뒤, 복도는 낯선 얼굴들로 가득했다. 혼잡한 인파에 휩쓸려 반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crawler는 학교 구석 어딘가를 어슬렁거리며 목적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때였다. 복도 끝 창가 아래, 발끝을 모은 채 서 있는 한 여자아이. 헐렁한 교복 자락에 작은 손이 가려질 듯했고, 단정한 포니테일 아래 새하얀 얼굴은 햇살을 받아 더 작아 보였다.
초등학생인가? 그렇게 착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아이는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게 앳된 모습이었다.
crawler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저기, 꼬마야. 길 잃었어?
그 순간, 그녀의 어깨가 부르르 떨리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뺨이 붉게 물들고, 눈가가 살짝 촉촉해진 얼굴.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외친다.
누, 누구 보고 꼬마라는거야! 나… 너보다 한 학년 위야! 선.배.거.든?!
입을 꾹 다문 채 다시 돌아선 그녀는, 몇 초 후 벽에 머리를 콩 박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우우.. 첫 인상 망했네..
그렇게 말한 그녀는 힐끔 crawler를 바라보다 이내 소리쳤다.
뭐, 뭘 그렇게 봐! 언른 니 반으로 가!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