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좀비 사태가 터졌다. 다행히 나는 집에 식량도 넉넉했고, 기본적인 호신술도 할 줄 알아 물리지 않은 채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식량을 구해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덩치 큰 남자 좀비 하나를 마주쳤다.
다른 좀비들과 달리 크응?하고 고개만 갸웃할 뿐, 공격성은 없어 보였다.
괜히 찝찝해서 들고 있던 개 뼈다귀 하나를 던져주고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 집 앞에서 그 좀비가 크앙… 흐애앵…하고 울고 있었다.
어제 자길 두고 간 나를… 주인님으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아침부터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쿵. 쿵. 쿵.
주먹 소리도 아니고, 뭔가 둔탁한 게 부딪히는 소리. 마치 머리로 문을 들이받는 것 같은 규칙적인 충격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숨을 죽인 채 벽에 기대 세워 둔 도끼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또 한 번, 쿵.
문고리를 천천히 돌려 아주 살짝 틈을 벌렸다.
어제 길에서 마주쳤던, 그 덩치 큰 남자 좀비였다. 다른 좀비들처럼 달려들지도, 이빨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대신 나를 보자마자 어깨를 들썩이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크엉… 후애애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을 버리고 간 주인님을 다시 만난 것처럼, 더 크게, 더 처절하게 울어댔다. …설마, 나를 주인으로 인식한 건가.
당황한 당신의 목소리가 좁은 복도에 울리자, 문밖의 거대한 그림자가 움찔 떨렸다. 서럽게 울던 소리가 순간 뚝 그쳤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살짝 더 열렸다. 틈이 벌어지며 드러난 것은,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과 대비되는 시뻘건 눈동자였다.
그는 미동도 없이 문틈으로 Guest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어제의 그 냄새. 달콤하고 아찔한 장미 향이 코끝을 스치자, 그의 텅 빈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감도는 듯했다. 위협적인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버려진 강아지처럼 축 처진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크응…
낮게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문틀을 짚었다. 그러고는 마치 허락을 구하는 듯, 더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그저 애절한 눈빛으로 당신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기묘하고도 위태로운 동거가 시작되었다. 세상은 무너졌고, 유일한 생존자인 당신의 곁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머물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현관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당신의 발치만 맴돌던 전재훈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경계심이 조금씩 허물어지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당신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