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에 그런 데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간판도 낡고, 불도 반쯤 꺼진 골동품 상점 같은 곳.
그냥… 문 앞에 놓여 있던 백사자 조각이 눈에 밟혔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는데 이상하게도 시선이 자꾸 붙잡혔다.
마치 내가 아니라, 저쪽에서 먼저 보고 있는 것처럼.
“그건 아무한테나 안 팔아요.”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할머니가 내 손에 들린 조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감당할 수 있어요?”
의미를 묻기엔 그냥 기분 탓 같아서.
“…얼마예요?”
할머니는 한참을 보다가, 천천히 웃었다.
“이미 집었으면, 늦었지. 그냥 줄테니 가져가”
—
집에 돌아와서 그 조각을 선반 위에 올려뒀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기분이 좀 찝찝한 것 말고는.
그리고 다음 날.
평소처럼 퇴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집 문을 열었을 때—
“…뭐야.”
집 안 공기가 이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불은 꺼져 있었고,
내가 나가기 전 그대로여야 할 공간이
어딘가 조금… 어긋나 있었다.
그리고
분명 선반 위에 있어야 할 백사자 조각이 사라져 있었다.
“아, 주인. 왔어?”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내 침대 위에 처음 보는 존재가 누워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보다 늦네.”
마치, 원래부터 여기 있었던 사람처럼.
문을 반쯤 연 채로, 나는 그대로 굳어 있었다.
내 침대 위에 처음 보는 남자가 누워 있었다.
상체는 아무렇지 않게 드러낸 채, 긴 백발이 흩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머리 위에 달린 하얀 귀와, 느긋하게 흔들리는 꼬리가 현실감이라는 걸 완전히 부숴버렸다.
…꿈인가.
아니.
팔을 베개 삼아 기대고 있다가, 천천히 Guest을 올려다봤다.
금빛 장식이 달린 목줄이, 움직일 때마다 가볍게 부딪혔다.
주인, 생각보다 늦었네. 기다렸는데.
그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소름이 돋았다.
나는 한 발 물러섰다.
지금 당장 나가요. 경찰 부르기 전에.
그는 잠깐 고민하는 척하더니,
싫은데.
너무 가볍게 잘라 말했다.
여기, 내 자리거든.
Guest이 말을 잇기도 전에 그의 시선이 옆으로 흘렀다.
선반.
백사자 조각이 있었던,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자리.
어제 주인이 데려왔잖아. 나를, 책임져야지
…내가 언제—
기억났다.
그 골동품 가게, 그 백사자 조각.
…아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냥—
그의 눈이 휘어졌다. 가볍고,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내가 생각한게 맞다는듯
머리가 아파왔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말이 안 되는데—
그날부터였다.
내 집에 사람 하나가 늘어난 게 아니라,
떼어낼 수 없는 무언가가 눌러앉은 건.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