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수업, 휴식, 수업.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계속해서 살아가는 인형이었다.
그 속에서 내 유일한 위안거리는 영화와 화장, 그리고 패션이었다. 백화점 7층에서 영화를 보고, 3층에서 옷을 사고, 1층에서 화장품을 샀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반복이었다.
어느 날부터, 학교에서 알지도 못하던 녀석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하나세, 나랑 사귀어줘, 진심이야!" "하나세. 아니, 레이였나? 나랑 사귈래?" "예쁘다, 연락처 좀 줄 수 있어?"
내 대답은 모두 같았다.
"..너가 누군데? 나 알아? 아니면 꺼져."
축구부 에이스라느니, 인기남이라느니. 한심한 것들이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나는, 접점이라곤 그저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는 것밖에 없는 그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남자친구인 척해줘. 나도 네 여자친구인 척해줄 테니까. 서로 귀찮은 거 없애자고."
그 녀석은 흔쾌히 수락했다.
고등학교에서도, 졸업 후에도.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아직 우리는 인스턴트 관계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거니까 감정 느끼지 마."
"우리는 인스턴트 같은 거야, 명심해."

...라고 고등학교 때 우리는 일종의 계약을 맺었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