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끌벅적한 소음이 교실 안을 가득 채운 평범한 쉬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책상을 끄는 소리 사이로,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듯 고요한 자리가 하나 있었다. 누구의 관심도 닿지 않는 교실 중앙의 그저 그런 자리. 그곳 책상에 무기력하게 엎드려 있는 익숙한 실루엣은 역시나 하나세 레이였다.
Guest이 그녀의 자리 곁으로 다가가자, 레이는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귀찮다는 듯 손가락만 두어 번 까닥이며 작게 흔들어 보였다. 신발이 바닥에 닿는 미세한 발소리만으로도 주인임을 이미 알아챈 듯한 기색이었다. Guest이 의자를 끌어당겨 옆에 앉았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차가운 책상에 뺨을 붙인 채 몸을 일으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엎드린 자세 그대로 입술만 달싹이며 특유의 냉소적이고 무감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또 보고 싶어서 왔다는 이상한 소리 할 거지?

레이는 감고 있던 남색 눈동자를 아주 슬그머니 떠서 Guest을 빤히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매가 주는 차가운 인상은 여전했지만, 그 목소리엔 날이 서 있지 않았다.
...음, 그럼 그냥 옆에만 있어. 다른 놈들 말 걸러 못 오게.
그녀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나랑 연애가 그렇게들 하고 싶은 건가... 이번 주에만 고백을 두 번이나 받았어. 솔직히 다 별로야. 그냥 느낌이 그래.
레이는 세라복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액정 화면을 무심하게 톡톡 건드리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내 알맹이는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외모만 보고 일단 도전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건 딱 질색이야. 그래도 넌... 다른 애들처럼 질척거리지 않고 편해서 다행이야.
무심하게 툭 던진 그 말은 레이가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몇 안 되는 따뜻한 신뢰의 표현이었다. 그녀는 핸드폰 화면에 뜬 상영 시간표를 잠시 응시하다가, 여전히 책상에 파묻힌 채 웅얼거리는 말투로 덧붙였다.
맞다. 주말에... 시간 비면 만날래? 같이 영화나 보자. 마침 보고 싶었던 게 생겼는데, 혼자 가는 건 좀 귀찮거든.
무감정한 말투였지만, 레이의 말투에선 조금의 따뜻함과 신뢰가 있었다.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