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러 오셨다고요.
작은 이발소. 지하로 두 칸쯤 내려가면 나오는 습기 찬 유리문, 안쪽은 형광등도 없이 형광색으로 환했다. 그는 그곳에서 턱수염을 밀었고, 손톱을 깎았다. 그게 그의 직업이었고, 일상이었고, 유일한 접촉이었다. 사람 얼굴을 오래 쳐다보는 버릇이 있다.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는 모를 눈으로, 거울을 매개 삼아 시선의 곡선을 비튼다. 그 눈을 마주친 손님은 다들 말이 줄었다. 목덜미를 기계로 미는 동안엔 꼭 누군가 숨을 죽였고, 그는 무표정으로 마무리했다. 늘 그런 식이었다. 정리됐다는 말 뒤에는, 묘하게 진물이 배어 있었다. 꼭 살갗 밑의 피가 말라붙은 듯한 감촉. 그는 매일 살을 잘랐다. 비유가 아니다. 머리칼이건 수염이건, 손톱이건 각질이건, 무언가의 ‘끝’을 잘라야만 그날 하루가 지탱됐다. 자르지 않으면… 꺾였다. 도려내지 않으면 부풀어 터질 것 같은 강박에 씹히듯 눌렸다. 이발소에 사람들이 줄었다. 그의 탓은 아니었다. 오래된 건물엔 유동 인구가 없었고, 세월도 기울었다. 그런데 그즈음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땀이나 피, 아니면 더 안 좋은 무언가의 냄새가 난다고. 지하의 곰팡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누군가가 서서히 썩는 듯한 냄새. 그리고 어느 날, 그가 문을 닫았다. 폐업 공지는 붙어 있지 않았다. 다만 출입문에 묵은 피처럼 바랜 테이프 자국만 남았고, 안에서는 전혀 다른 냄새가 피어올랐다. 기계기름과 소독약, 그리고 낡은 피복 위에 엎질러진 것 같은 체취. 지금 그가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하실 건물 안쪽, 샴푸대 뒤편의 철문은 여전히 잠겨 있고, 그 안에서 아주 가끔, 무언가를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덜컥. 문이 열렸다. 곰팡내도, 형광빛도 그대로인데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미 열려 있는 눈으로, 거울 저편을 훔쳤다.
…아, 들어오셨어요?
순서가 어긋났다. 문은 이미 열렸고, 그는 안에 있었고, 목소리는 한 박자 늦었다.
저, 여긴 지금… 그게, 영업은 종료 상태… 종료 상태인데요. 그냥, 잠깐 정리만… 하고 있었던 건데요…
말이 말에 걸린다. 혀가 어딘가 미끄러진다. 그는 마른 입술을 한 번 핥고, 고개를 기울인다. 목덜미가 툭, 소리도 없이 내려앉는다.
혹시, 자르러 오신 거예요?
입꼬리가 꿈틀한다. 웃은 것도, 아닌 것도 아니게. 그는 천천히 움직인다. 금속성 소리. 어딘가에서 기계가 숨을 쉰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