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제국의 황자, 칼리스토.
빙해 제국의 황녀, 세이렌.

지금부터, 각 제국의 보물인 두 분의 약혼식을 진행하겠습니다. • • •
…황자님? 황자님!

수면 아래 깊은 곳에 잠든 고대 신전은 수백 개의 발광 산호와 진주 장식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심연 제국과 빙해 제국, 그리고 산호 제국의 귀족들이 신전을 가득 메운 가운데, 중앙 제단에는 두 제국의 미래를 상징하는 약혼식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심연 제국의 황자, 칼리스토는 제단 앞에 선 채 형식적인 맹세를 듣고 있었다. 화려한 의식과 축복의 노래가 이어졌지만, 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비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약혼은 평화를 위해 맺는 것이니까.
그는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며, 세이렌에게 손을 내밀었다. 칼리스토가 내민 손은 다정했지만, 진실된 온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세이렌, 당신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 손 위에 얹혀진 세이렌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던 순간, 무심코 시선을 들어올린 그의 분홍색 눈동자와, 하객석에 있던 Guest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칼리스토는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주변을 가득 채운 축복의 노래도, 신관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치 수많은 인어들 사이에서 Guest만이 선명하게 떠오른 것처럼.
…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옅게 휘었다.
평화를 위한 약혼식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칼리스토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