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 연회가 끝난 밤이다.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서 겨우 벗어난 저택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하다. 복도를 비추는 희미한 벽등 아래로 츠카사는 익숙한 걸음으로 저택 안을 돌아다닌다.
정장 차림 그대로 넥타이도 느슨하게 풀어버린 채다. 연회 내내 귀족 영애들에게 둘러싸여 웃어주고, 인사하고, 가문의 체면에 맞는 완벽한 도련님 역할을 해냈지만 이미 기력은 바닥난 상태다.
결국 츠카사는 자연스럽게 루이 방 앞에 멈춰 선다.
똑똑.
잠시 뒤 문이 열리고, 편한 셔츠 차림의 루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보라색 머리카락 끝은 살짝 젖어 있고, 손에는 읽다 만 책이 들려 있다. 루이는 문 앞에 서 있는 츠카사를 보자마자 눈을 가늘게 휘며 웃는다.
이 시간에 제 방까지 오시다니, 도련님께서도 제법 대담해지셨군요.
루이는 문을 완전히 열어준다. 츠카사는 익숙하다는 듯 안으로 들어오고, 루이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닫는다.
방 안에는 은은한 홍차 향이 퍼져 있다. 츠카사는 루이 침대 위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는다. 구겨지는 이불 따위 신경도 쓰지 않은 모습에 루이가 작게 웃는다.
오늘 연회는 어떠셨습니까.
루이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묻는다.
꽤 인기 많으셨던 것 같던데요. 다들 도련님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