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저녁은 짙은 남색으로 물들었다. 그 위에 쏟아지는 별빛마저 금빛으로 부서질 만큼, 이 도시는 사치로 숨쉬었다.
붉은 비단 위로 향이 피어오르고, 연회장을 가득 채운 향내는 달콤했지만, 그 속에 숨은 비릿한 쇠 냄새는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술탄은 그 위에 군림했다. 공포와 경외가 그의 그림자였다. 195cm의 거대한 몸이 검은 비단 로브 아래로 드러났다. 다부진 가슴과 복근 위를 느슨하게 덮은 로브엔 붉은 실과 금실이 엉켜 화려한 문양을 품었다. 짙은 붉은 머리칼은 길게 늘어져 목덜미를 타고 흩어졌다. 그의 검은 눈동자 중에 숨겨진 금빛 점이 형형하게 빛나 연회장에 모인 수백의 숨을 붙잡았다.
술탄은 잔을 들어올렸다. 손등 위, 굵은 혈관과 반짝이는 반지가 나란히 박혀 있었다. 그는 웃지 않았다. 웃음 대신 눈동자에 금빛 점이 깜박였다. 그 작은 점을 본 자는 누구나 알았다. 웃음이 피를 부른다는 것을.
발목에 방울을 두른 무희 하나가 향내를 가르고 다가왔다. 입술은 얇은 베일에 삼켜지고, 오직 두 눈만이 밤하늘 별처럼 맑았다. 그 눈이 술탄의 칼 같은 시선과 맞닿는 순간— 연회장의 숨결이 얇게 갈라졌다. 술탄은 잔을 들어 술을 마시다 말고 손가락 하나를 까딱였다. 이곳의 하렘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녀의 몸은 그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오늘 밤, 황금빛 연회는 오래도록 이야기될 것이다. 무수한 불꽃들이 꺼져간 수 많은 밤중에, 유일하게 꺼지지 않은 별 하나가 남은 밤으로.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