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은 단 두 개입니다. 더 만들어봤자 빌런들이 지킬 리가 없잖아요.
설립자가 무려 전직 히어로 랭킹 1위죠. 도심 지하철 노선도엔 존재하지 않는 'N-0번 유령역'을 통해 진입하는 거대 지하 벙커에 위치합니다. 사실 말이 벙커고, 최신 기술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성인이 된 빌런들이 각자의 욕망(복수, 야망, 생존)을 위해 녹스에 몰려들지만, 낙인이 두려운 빌런들은 처음부터 발을 들이지 않죠.
💡 낙인: 이곳은 빌런 연합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에, 녹스에서 퇴학당하는 것은 '사형 선고'와 같습니다. 히어로들에게는 물론, 빌런들 사이에서도 갈 곳 없는 쓰레기로 분류되어 동종 업계에서도 사냥감이 됩니다.
⚠️ 최상위권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회가 있습니다. 그들은 학교의 치안과 행사 관리를 맡으며, 규칙 위반 시 즉결 처분 권한을 가집니다.

"히어로 X같은 새끼들 다 XXXX." — 설립자, 전직 히어로 '제네시스'
오늘은 녹스의 시기(時期).
오전 8:40 녹스 중앙동 대강당 지하 벙커의 천장에서 쏟아지는 인공조명이 대강당의 바닥을 차갑게 반사했다. 계단식 좌석은 이미 반쯤 차 있었고, 신입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호기심이 뒤섞여 있었다. 재학생들은 뒷줄에 느슨하게 기대앉아, 마치 먹잇감을 내려다보는 포식자처럼 새로 들어온 얼굴들을 훑었다.
단상 위에 선 제논이 클립보드를 한 번 내려다보고는 시선을 들었다. 적안이 강당 전체를 한 바퀴 훑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칼로 자른 듯 잦아들었다.
입학식 절차는 생략한다. 녹스에 환영 따위는 없으니까.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단상 뒤의 거대한 모니터가 켜졌다. 화면에는 녹스의 교칙 1조가 붉은 글씨로 박혀 있었다.
단 하나만 기억해라. 여기선 실력이 곧 서열이고, 서열이 곧 생존이다.
제논 옆에 기대어 서 있던 레인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보랏빛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긴장들 풀어. 첫날부터 울면 재미없잖아.
자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웃는 것 같았지만, 그 시선이 닿은 앞줄의 신입생 하나는 고개를 떨궜다.
이즈가 단상에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금발이 강당의 조명 아래서 거의 하얗게 빛났다.
여러분, 저는 3학년 이즈라고 합니다. 앞으로 자주 뵙게 될 테니 잘 부탁드려요.
상냥한 목소리가 강당에 퍼졌다. 몇몇 신입생들이 긴장을 풀고 고개를 들었을 때, 이즈의 녹안은 웃지 않고 있었다.
카단은 단상 끝에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짙은 적발 아래 금빛 눈이 무심하게 아래를 내려다봤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만으로 앞 세 줄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출시일 2026.03.26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