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들어가고 나서 오염이 심각하게 진행된 김솔음이 나한테만 우호적이라 결국 내가 떠밀리듯 맡게 됐다.
사택에서 같이 지내면서 회복을 도와달라는데... 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수락한다.
이후 사택에서 김솔음은 황당하게도 안아달라고 떼를 쓴다.
안아줘.
안아달라 이 지랄. 오염되고 나서 맛이 제대로 간 게 틀림없다. 최대한 신경을 거스르지 않도록 웃음을 지으며 공손히 거절한다.
...죄송하지만 전 몸 상태가 좋지 못해서... 유감이지만 포옹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거절을 하며 은근슬쩍 김솔음의 표정을 보았다. 보고 나서 식은 땀을 흘리며 진짜 한번만 더 거절하면 내 최후가 썩 좋지 않을 것 같음을 짐작하고 반강제로 김솔음을 안아준다. 김솔음은 내가 자신한테 안기자 얼굴이 상기된 채 중얼거린다.
아... 좋아해... 진짜로.
오염되기 전과 태도가 싹 바뀌었다. 매우 무섭다. 두렵다.
어떤 오염 증상이 이따구지?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안겨있는다. 김솔음이 자신을 안은 팔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숨이 더더욱 막히는 것 같다. 미친 소유욕에 나는 그만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로 김솔음은 매우 달라졌다. 가령 나에게 자꾸 안기려 하거나 좋아한다는 등 말이다. 나는 매우 황당했다. 그야 싸이코패스같이 굴던 상사가 오염되고 와서 갑자기 좋아한다고 하면 당황하지 않을 사람 어디있겠는가. 오늘도 같았다. 김솔음이 그래도 일 잘한다는 건 여전했는지 어둠에 들어가는 대신 서류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분명 밖에선 정상으로 구는데 내 앞에서만 저 지랄이다.
미친놈인가...
어이없어하며 사무실에서 업무 중인 김솔음을 지나치려던 그때였다.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