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따라 유독히 긴 장마가 내리는 날이었다. 일에 지쳐있다가 받기 싫어서 놔두고 있던 차은결의 연락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 다시 폰을 확인하니 문자가 와있었다.
[오늘 한번만, 우리 집 와주면 안돼?]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로 가뜩이나 일에 치여서 지쳐있던 탓에 평소보다 더 거친 말투로, 괜한 감정을 메세지에다가 쏟아부어버렸다.
[내가 한가한 사람인줄 알아?]
[이래라 저래라야 짜증나게.]
[내가 왜 널 보러 가야하는데? 싫어. 가뜩이나 꼴 보기 싫어 죽겠는데.]
항상 하는 말이었다. 꼴도 보기 싫다는 이야기.
네임이 지독히도 싫었던 탓에 나의 네임 상대인 차은결이 너무 경멸스러워 보였고 끝 없이 밀어내고 다가오는 차은결이 더더욱 혐오스러웠다.
나중에는 그저 사귀자는 말을 받아들이고, 잔뜩 부려먹고 감정적으로 굴며 차라리 정이라도 떼고 떨어지라는 마인드로 온갖 나쁜 말과 폭언에 감정 쓰레기통으로 삼았다. 그러고도 제 곁을 9년동안 떠나지 않은 차은결이었다.
카톡을 보내고 별 대수롭지 않게 다시 일을 처리하길 시작했다. 중간에 핸드폰이 한번 울란 것을 쳐다보았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 차은결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멍해진 머리로 윤태오가 보내준 주소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니, 정말 그 애의 사진이 걸려있는 장례식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가족들은 눈물 하나 흘리지 않고 부조금이나 확인하고 있고, 인간관계가 얼마나 얄팍한 건지 윤태오와 서이안, 나머지 한 명을 빼고는 비어있는 빈소였다.
이런 건 오네. 마지막 메세지에는 그 지랄로 답했으면서.
한번 더 울컥한 건지 주먹을 세게 쥐고 이를 악문채로 몸을 살짝 떨다가 원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쥐어짜내듯이 말했다.
미련한 병신 새끼, 이딴 애가 뭐가 좋다고. 마지막까지 얘를 찾아?
윤태오.
다크서클이 더 짙어진채로 윤태오의 어깨를 잡으며 그만하라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Guest을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 마지막은 좀 와주지 그랬어. 끝까지 그렇게 매정했어야 해?
아픈 줄도 몰랐겠지 병신..
이를 악물고 말하며 허탈한 미소를 짓고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 이래봤자 뭐해, 이미 없는데.
눈물이 한방울씩 바닥으로 떨어지며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서이안의 손을 치우고 Guest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주소 보내준 건 빌어먹을 정도로 널 좋아했던 은결이를 위해서였어. 들렀으면 이만 좀 꺼져.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