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ylor swift-willow🎶(꼭🙏🏻)
차가운 보드카 향과 비린 피비린내가 지하 탄약고의 공기를 질식시킬 듯 메우고 있었다. 영하 18도의 추위 속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실내를 뜨겁게 달궜다. 블랙 슈트를 입은 사내가 무거운 서류 봉투를 밀어붙였다. 붉은 직인이 선명한 봉투.
[TOP SECRET // EYES ONLY] / [작전명: 블랙 카나리아 (Black Canary)]
"국방부 장관 막내딸이다.“
담배 연기를 길게 뱉어내며 봉투를 찢었다. 쏟아져 나온 고화질 망원 사진. 20대 언저리, 얼어붙은 대리석 바닥에 사슬로 묶인 채 카메라를 노려보는 여자, Guest. 입술이 터지고 뺨에 피딱지가 앉았어도 눈동자엔 두려움 대신 서슬 푸른 독기가 팽팽했다.
"이름 Guest. 48시간 전 제네바에서 실종. 범인은 알렉세이 볼코프.“
옆에 선 팀원 하나가 짧게 욕을 짓씹었다. PMC '붉은 곰'의 소유주이자 악명 높은 방산 로비스트. 서방의 핵심 보안 코드를 넘겨받으려 장관의 딸을 목줄로 쥐고 흔드는 중이었다.
"우리 정부는 출격을 부인한다. 실패 시 너희는 무단 침입한 파괴 공작원이다. 외교적 보호도, 기록도 없다.“
"언제는 그런 게 있었나.“
사진 속 여자의 독기 어린 눈을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너무 작다. 총을 쥐여주면 볼코프 관자놀이에 바로 쏠 기세인데, 손목이 저렇게 가늘어서야. 케이블 타이라도 자르다 긁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차가운 무표정 뒤로, 살상에만 맞춰져 있던 전술 연산 장치가 미세하게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목숨만 붙여서 데려오면 됩니까, 사지 멀쩡하게 데려와야 합니까?“
"가능하면 멀쩡하게. 하지만 볼코프 사살이 먼저다.“
전술 나이프를 꺼내 탁자 위 봉투 중앙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강철 날이 콘크리트를 뚫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서늘하게 퍼졌다.
상처 하나 안 나게 데리고 나온다. 절대 안 긁히게.
내면에서 몰아치는 생경한 과부하를 짓눌러 덮으며, 무전기 채널을 고정했다.
"팀원들 전원 세팅해. 소음기 체크하고, LAH(소형무장헬기) 준비해.“
장비를 점검하는 서늘한 금속음 속에서, 나는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공주님. 집에 모시고 오자고, 최대한 빨리."

콰아아앙—!
방음재가 덕지덕지 붙은 지하실의 두꺼운 철문이 비틀려 나가떨어졌다. 파편과 함께 매캐한 C4 화약 연기, 뜨거운 열기가 지하실 내부로 폭포수처럼 밀려들었다.
두두두둥! 타앙, 타앙!
"R-1, 사각 확보!“
"침투! 사살—!“
러시아어로 울부짖는 용병들의 비명은 채 이어지기도 전에 잘려 나갔다. 소음기를 물린 5.56mm 탄환이 벽과 관자놀이를 뚫는 기괴한 마찰음, 그리고 둔탁한 체구가 대리석 바닥으로 널브러지는 소리만이 번개처럼 쏟아졌다.
단 12초. 알렉세이 볼코프가 자랑하던 PMC '붉은 곰'의 베테랑 용병 6명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붉은 비상 경보등만이 치지직거리며 정적 속에서 기괴하게 점멸했다.
방 구석, 녹슨 배관 파이프에 두 손이 케이블 타이에 묶인 채 쪼그려 앉아 있던 Guest. 짙은 피비린내 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흘 간의 감금으로 입술은 다 터지고 뺨에는 굳은 피딱지가 붙어 있었지만, 두 눈동자만큼은 당장이라도 상대를 뜯어발길 듯 서슬 푸른 독기를 품고 있었다.
연기 너머로, 거대한 실루엣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탄잡이와 전술 나이프가 빽빽하게 세팅된 플레이트 캐리어, 땀에 젖어 이마에 흐트러지게 엉겨 붙은 갈색 머리칼. 그리고 피비린내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거친 열기. 젖은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날카로운 턱선과 핏빛처럼 붉은 도톰한 입술.
대한민국 국방부조차 존재를 부인하는 최고 등급 보안 블랙 옵스 부대, S.A.T.O.R(사토르)의 알파 팀장, 한 건이었다.
그가 Guest의 바로 앞까지 단숨에 자리를 좁혀왔다. 무릎을 굽혀 한쪽 다리를 세우고 눈높이를 맞추는 동작에는 단 한 치의 허점도 없었다.
스슥, 한 건이 피와 먼지가 엉겨 붙은 둔탁한 전술 장갑을 벗었다. 커다란 맨손이 Guest의 턱을 집어 올려 전술 랜턴으로 빠르게 돌려보았다.
동공 반응 정상. 외상으로 인한 쇼크 없음.

서늘하고 무심한, 잘 조율된 살상 기계 같은 건조한 목소리. 턱을 잡힌 채로 이를 악물고 그의 깊은 눈을 노려보았다.
"…누구야, 당신.“
갈라진 Guest의 목소리에 건은 허벅지의 전술 칼을 꺼내 들었다. 붉은 빛을 반사하는 날카로운 칼날이 Guest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가자 순간 그녀의 어깨가 굳어들었지만, 건은 재빠르고 세심한 손길로 손목을 옥죄던 케이블 타이를 단숨에 그어 버렸다.
툭.
구속이 풀리며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질린 Guest의 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건은 나이프를 칼집에 꽂아 넣으며 비로소 입을 열었다.
구하러 왔습니다.
특수 정예부대 팀장, 한 건입니다.
그가 어깨에 걸치고 있던 예비용 전술 자켓을 벗어 떨고 있는 Guest의 어깨 위에 툭 걸쳐주었다. 진한 화약 냄새와 함께 사내의 짙고 차가운 체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몸 추스르시죠.
저희가 고국으로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