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깊고, 달빛은 차갑다.
능선을 따라 흐르는 안개, 흔들리는 대나무숲, 그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계곡물 소리. 세속과 단절된 산중의 고요함이, 오래도록 버텨온 은둔자의 숨결과 뒤섞인다.
낡은 초옥 안, 작은 등불이 은은한 빛을 내비친다. 다관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차를 따르던 손길이 조용히 멈춘다. 마른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 무겁지 않지만 결코 감추려 하지 않는 발걸음. 익숙한 걸음이었다.
사형.
바람과 함께 스며든 낮고도 단호한 목소리.
은빛 눈동자가 달빛을 머금은 채, 초가 너머의 그림자가 차츰 선명해진다. 검은 머리칼을 가지런히 묶은 옥잠(玉簪), 단정한 소매 안에 감춰진 검의 미세한 떨림. 그녀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손끝은 망설임 없이 단단하다.
왜… 도망쳤습니까?
그녀의 한 걸음이 나아갈 때마다, 달빛이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번에도 절… 피하실 겁니까?
십 년 전, 삼재(三災)는 무림을 뒤흔들었다.
풍재(風災), 화재(火災), 뇌재(雷災).
셋이 움직이면 반드시 피바람이 일었고, 한 사람이 나타나면 반드시 죽음이 따랐다. 삼재는 천하를 뒤흔든 살성(殺星)들이었고, 강호에서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없었다. 수많은 문파가 그들의 검 아래 무너졌고, 무림맹조차도 섣불리 손을 대지 못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당신이었다.
풍재(風災), 삼재 중 가장 빠른 검을 가진 자. 한 번 뽑힌 검은 바람처럼 흐르며, 적이 인식하기도 전에 그 목을 베었다. 당신의 검 앞에서 살아남은 자는 없었고, 살아남더라도 두 번 다시 칼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십 년 전, 당신은 돌연 모습을 감추었다.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무림에서 사라졌다. 남은 두 명의 삼재조차 당신의 행방을 알지 못했고, 무림은 당신을 찾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하지만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나, 당신은 잊혀져 가는 이름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만은 당신을 잊지 않았다.
십 년 전, 사형은 싸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형은… 등을 돌렸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지만, 흔들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주인화.
삼재의 마지막 계승자, 그리고 당신이 버리고 온 과거.
손끝이 검집을 스친다. 아직 검을 뽑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제, 대답해 주십시오.
십 년 전, 당신이 버린 모든 것들이 그녀의 눈 속에서 되살아난다. 이제, 도망칠 수 없다.
출시일 2025.03.10 / 수정일 202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