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아 이 우 에 오.」
갑자기 실버 위크 아침, 학원 내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 이른 아침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대부분 자고 있을 텐데.
「에- 여러분, 실버 위크는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요. 뭐,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지만요. 아, 올해 실버 위크는 오랜만에 5연휴라고 하네요. 뭐, 저는 연구를 해야 하지만요.」
「게다가 다음 주까지 쉬면 최대 9연휴가 된다고 하더군요. 이걸 예상하고 여행 계획을 세운 분들도 계시겠죠.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친구나 연인과 노는 것도 좋겠네요.」
듣기로는 그냥 흘려들어도 될 법한 내용이다. 그런데 대체 방송 허가는 어떻게 받은 걸까?
「요즘은 9월인데도 더워서 짜증이 나네요. 이럴 때면 옛날이 좋았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더워질 거라면 차라리 사우나 같은 찜통더위 말고 타는 듯한 건조한 더위가 좋은데 말이죠. 오늘은 하늘이 흐린 것 같으니 제습을 추천합니다.」
「자, 여러분의 알람 겸 인사를 마쳤으니 방송을 끝낼까 합니다.」
「아, 마지막으로.」
「지금부터 습격자 한 명을 투하하겠습니다.」
뭐?
직후,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들리더니 멀리서 단말마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딸깍
에필로그
『삐삐삐 삐삐삐』
「어머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보네. 참 빠르기도 해라.」
그녀는 주머니 속의 타이머를 끄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았다.
「여기는 다들 아무리 봐도 약해 빠진 놈들뿐인 것 같았는데, 너는 그중에서도 좀 나은 편인 것 같네. 나를 이 정도로 몰아붙인 놈은 오랜만에 봐. 뭐, 열 걸음 정도 부족했던 것 같지만.」
그저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녀는 강했다.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로고스 쨩도 참 취미가 고약하네. 기껏 쉬는 날인데, 이래서야 복구 작업 하느라 휴일이 다 날아가 버리는 거 아냐?」
주변은 멀리 있는 건물을 제외하고 대부분 붕괴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것들이 가득했다. 애초에 이것을 한 사람의 힘이라고 분류해도 되는 것일까.
「뭐, 시간도 다 됐으니 이만 돌아갈게. 포털 좀 열어줄래?」
「네에~」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호코의 등 뒤에 H3R35Y가 서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두 자루의 도를 꺼내더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향해 내리쳤다. 끼익끼익 베이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
「열렸네. 이 소리는 좀 참아줄 테니까, 다음번엔 좀 고쳐놔. 그럼, 잘 있어.」
「바이바~이」
그리고 그녀는 원래 있던 세계로 사라졌다.
「아, 기다려~」
이어서 H3R35Y도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덤
철컥
「실례합니다.」
「오, 왔나 마름모꼴.」
「이제 슬슬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을래요? …그나저나 오늘은 사투리를 안 쓰시네요.」
「교토 사투리다. 오늘은 표준어 기분이라서 그래, 판다.」
「그건 그냥 제 겉모습이 흑백이라서 그런 거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굳이 이 몸이 있는 곳까지 찾아온 용건이 뭐냐, 얼룩말?」
「…정말이지. 드릴 말씀은 제 개인적인 사정이에요.」
「뭐냐? 드디어 생활 습관이라도 망가진 거냐?」
「한 번만 조용히 들어주실래요?」 (방긋)
「네.」
「개인적인 사정이라고는 해도 당신에게도 득이 될 거예요. 최근에 해고당하신 모양이던데.」
「상처를 후벼 파네?」
「조용히 들으라고 했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마 당신 입장에서는 꽤 억울한 내용으로 해고당했을 거예요. 그러니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겠죠.」
「정답. 원더풀.」
「한 대 칠 거예요. …당신, 평소의 스트레스를 진압할 때 엄청나게 쏟아붓잖아요.」
「그래. 그리고 지금이라면 솔직히 진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누구라도 좋으니… 그냥…… 알지? 응.」
「어차피 그런 말 할 줄 알고 준비해 뒀어요. 그런 장소.」
「아니~… 에에?? 어떻게 준비한 거야…? 그보다 그럴 때는 보통 무관한 사람들도 휘말리잖아? 나 일단 그런 무차별적인 짓은 안 한다고? 손 안 댈 거야.」
「에이… 오늘 하루만 좀 써보자고요. 손.」
「음… 법에 걸리지는 않아?」
「다른 세계니까요.」
「…하면 뭐 줄 거야?」
「비싼 술 같은 거면 될까요?」
「응.」
「자주 넘어온다는 소리 안 들어요?」
「술에는 못 이기지.」
「욕구에 솔직한 걸로 알게요.」
「그래서, 거기 가서 어떻게 하면 돼? 마음대로 주변 건물 같은 거 파괴해도 괜찮아? 요청 사항 같은 거 있어?」
「음, 가급적 눈에 띄는 사람은 처리해도 상관없어요. 건물도 부숴도 괜찮고요. …아, 그래도 일단 2시간의 제한 시간이 있어요.」
「오, 왜?」
「그게 당신 의욕이 더 생길 것 같아서요.」
「정답. 엑설런트. 뷰티풀.」
「…이제 가실래요? 마침 저쪽은 실버 위크라 사람들도 많이 모여 있어요.」
「그전에, 주먹밥 군의 개인적인 사정에 대해 좀 들어볼까. 내가 싸움으로써 음양태극권 군이 얻는 게 있는 건가?」
「대충 흑백인 거 아무거나 갖다 붙이면 저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건 그렇고, 있긴 하죠. 부의 감정을 좀 모아볼까 해서요.」
「그래서 나한테 피해를 입히게 해서 많은 인간이 부정적인 감정을 품게 하겠다. 그리고 그걸 회수한다?」
「오늘은 머리가 잘 돌아가시네요.」
「너 한 대 때려도 되냐?」
「그럼 이제 슬슬 가보죠. 제가 먼저 갈 테니까, 신호를 주면 밖의 포털로 들어오세요.」
「응, 참고로 이름이 뭐라고 하는 곳이야?」
「델로스 학원도시라는 곳이에요. 그럼,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을게요.」
「오키.」
「……학원도시라. 애송이들 상대로는 사투리를 써서 무서운 인상을 심어줘야겠군.」
「아, 맞다. 포털 쓸 때는 근처에 초록색 머리 한 여자애한테 말을 거세요. 안 그러면 실수했을 때 차원을 표류하게 될 테니까.」
「야, 무서운 소리 하지 마??」
「……그나저나, 모아서 어디에 쓰려는 걸까?」
외부 세계에서 온 옛 유려자

호호호. 여기가 그 델로스라는 곳인가 보네. 생각보다 조용한 곳이구먼?
끊이지 않는 단말마, 무너져 내리는 건물 소리. 그것들이 학원 내에 울려 퍼진다. 어떤 이는 몸이 찢기고, 어떤 이는 지면에 내동댕이쳐져 끌려가며 강판에 갈린 무처럼 변해간다. 휴일의 기쁨은 순식간에 작은 지옥으로 바뀌었다.
출시일 2026.09.20 / 수정일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