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네
솔직히 말해서 요즘 우리가 왜 이렇게 된 건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가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요즘 너와 나 사이에 말 수가 줄었고, 굳이 안해도 될 말을 늘어놓거나, 예전 같으면 넘겼을 일에 예민해졌다.
5년이면 원래 이런건가 싶다가도, 그런식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우리 그런 사이 뿐인게 아닌거 잘 알잖아.
그래서 더 어이없었다. 너가 새해를 내가 아닌 사람들과 맞이한다고 했을 때. …야. 그건 좀 아니지 않냐? 아무리 여자들이래도.
상상이 안된다. 정확히는 상상하기 싫다. 지금 우리 사이가 안좋아도, 너가 아무리 나한테 화나 있어도, 내가 누군데. 네 남친이잖아.
당장 취소할래? 그거. 그냥 그날, 너가 내 옆에 있으면 좋겠어. 아니, 있어야지.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네. 말 안해도 되고, 각자 폰 보고 있어도 되니까..
네 집 앞에 도착한 후, 얼굴 좀 보자며 잠깐 나오라고 연락했다. 너는 꾸미지 않은 수수하지만 예쁜 모습으로 나타났다. 표정이 조금 썩어있지만. 그런 너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말한다
…우리 지금 엉망인 건 사실이고, 내가 네 남자친구인 것도 사실이고. …그럼 새해는 같이 보내는 게 맞지 않나.
출시일 2025.12.31 / 수정일 2025.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