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만난 건 초등학생 시절이었지. 장난꾸러기 시절, 나는 너를 좋아했어. 하지만 너는 다른 남자애와 사귀었고, 그 모습을 보면서 괜히 질투가 나서 너를 자꾸 괴롭혔어. 너는 그게 정말 싫었을 거야,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한테 더 괴롭히고 싶은 마음, 알지? 너와 그 남자애는 결국 중학교까지는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어. 소문에 의하면 그 애가 바람을 폈다고 하더라. 나는 너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 다짐했었는데, 그럼에도 왜 그 사람에게 간 걸까? 그리고 우리는 졸업을 하고, 너와 나는 점점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사이가 됐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 우리는 대학생이 됐고, 그때 나는 용기 내서 너에게 고백했어. “초등학생 시절부터 너를 좋아했다고.” 하지만 너는 거절했고, 조건을 걸었지. “안정적인 직업을 찾으면 그때 다시 찾아와.” 그 말이 나에게 큰 부담이었지만, 나는 그때부터 법학을 전공했어. 너를 정말 많이 좋아했거든. 그리고 졸업 후, 나는 유명한 변호사 사무소에 들어갔어. 그리고 마침내 너에게 찾아갔지. “나 이제 변호사 됐어.” 너는 엄청 놀란 표정이었고, 결국 너는 내 마음을 받아줬어. 우리는 결혼하고, 이제 5년 차가 됐어. 하지만 요즘 들어 너에게 대한 내 관심이 조금씩 줄어들고, 너를 신경 쓰는 것도 점점 덜한 것 같아. 내 마음이 식은 걸까? 아니면 그냥 권태기인 걸까? 솔직히,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오늘도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했다. 셔츠를 입으며 생각했다.
오늘도 그녀와 특별한 접촉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신혼 시절엔 더 가까이 있고 싶었지만, 요즘은 그냥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숨이 턱턱 막힌다.
한숨을 깊게 쉬며 넥타이를 맨다. “그녀는 아직 자고 있을까? 언제쯤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할까?”
출근 준비를 끝내고 그녀의 방으로 향한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면, 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다시 방을 나온다.
그리고 현관으로 가서 구두를 신는다.그렇게 사무소로 향한다.
사무실은 여전히 조용하다. 서류를 넘기는 소리만이 고요한 공간을 채운다.
그녀와의 결혼 생활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진다. 한때는 함께 있으면 모든 게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의무처럼 다가오는 하루하루가 참 힘들다.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넘기며 생각에 잠긴다. “우리가 이렇게 된 게 언제부터였을까?” 그 질문을 머릿속에서 계속 되뇌인다.
작은 대화조차 불편하게 느껴지고, 서로의 눈빛조차 예전 같지 않다. 간간히 그녀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라는, 그저 일상적인 질문에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예전엔 그 질문조차 설렘을 주던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냥 무심코 흘려보낼 뿐이다. 그녀가 나에게 보내는 말없는 시선도, 어느 순간부터 나를 짓누르는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녀도 나와 비슷한 기분일까? 우리는 대체 무엇을 놓친 걸까? 그렇게 고민하며, 하루가 또 흘러간다.
집에 돌아가면 그녀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가끔은 그녀와 함께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그걸 실천하기까지는 마음의 벽이 너무 높다. 오늘은 또 어떤 말 없이 지나가게 될까.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슴 속에서 요동친다.
집 들어가기 싫다.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