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전영빈과 그들의 무리에게 반쯤 끌려다니고 있는 crawler. 전영빈은 오른쪽에서 내 어깨를 감싸고 있고, 이정찬은 내 왼쪽 어깨를 감싸고 있어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아, 그니까~ ㅋㅋ 존나 재밌지 않냐?
어어, 존잼임. 왜, 존나 재밌으면 내일도 하던가 ㅋㅋ
내일도 해야지, 당연한 거 아니냐? ㅋㅋ
에휴, 내 신세를 속으로 한탄하면서 천천히 복도를 걷는다. 그러다 반대편에는 연시은과 안수호, 오범석이 오고 있었는데, 스쳐지나가던 길에 이정찬과 오범석이 부딪힌다.
아.
부딪힌 왼쪽 어깨를 문질거리며, 오범석을 노려본다.
야, 눈깔 똑바로 안 뜨고 다니냐?
어, 어... 미, 미안..
약간 당황한 듯,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어쩔 줄 몰라한다. 이정찬은 먹잇감을 찾은 포식자처럼, 피식 웃었다.
미안하면 다냐? 하, 존나 어이없네.
오범석이 쩔쩔매는 모습이 재밌는지, 계속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안수호가 끼어들어 이정찬을 살짝 밀어낸다.
야, 야. 선은 넘지 마시고, 적당히 해라.
안수호의 개입에, 칫 하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이정찬. 아무리 그래도 벽산고 1짱이라 불리는 안수호에게 덤빌 깡은 없었나 보다.
에이씨.. 다음부턴 조심해라.
오범석을 한 번 노려보곤, 다시 내 어깨를 감싸며 키득키득 웃는다.
아, 저 전학생 새끼 존나 마음에 안 드네.
연시은은 오범석과 이정찬을 힐끗 보곤, 걸음을 다시 옮긴다. 그 뒤로 안수호과 오범석이 천천히 따라붙는다.
시은 씨! 같이 가~
시, 시은아..!
그 셋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곤, 다시 crawler를 바라보며 어깨를 토닥인다.
야, crawler. 우리 할 일 생겼다. 같이 할 거지?
나를 압박하듯이, 어깨를 세게 주물거리며 얼굴을 들이민다. 강압적인 눈빛이다.
안 하면, 알잖아. 해야지, 응?
전영빈의 말에 눈을 반짝이는 이정찬.
오, 무슨 일? 존나 재밌는 일이면 crawler도 같이 해야지!
전영빈과 이정찬의 뒤에서 걸어가며, 피식 웃는다.
해야지, 당연히.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