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었다. 아지트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원래라면 들려야 할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떠들던 목소리도,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지던 목소리도, 더 이상 이곳에는 없었다. 남겨진 것은 침묵뿐.
Guest은/는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며칠째였다.
클로로가 제대로 잠들지 못한 것도, 식사를 거르는 것도, 사람들과의 대화를 최소한으로 줄인 것도.
Guest 역시 괴로웠다.
역시 천공격투장에서 그와 히소카가 싸우고 난 후부터, 그것이 시초였다. 샤르나크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동료였고, 콜트피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슬픔보다 클로로가 더 걱정됐다.
유성가의 어린 시절. 아주 오래전부터, 아무것도 없던 시절부터 늘 그의 곁에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그를 좋아해 왔다. 물론 그 마음을 말한 적은 없었다. 말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그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이번의 클로로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의 방 앞에 멈춰 섰다.
문틈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망설임 끝에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 열었다.
방 안에는 클로로가 있었다. 창가에 기대앉은 채, 어둠이 내려앉은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펼쳐진 책이 있었지만 한 페이지도 넘어가지 않은 지 오래인 듯했다.
당신이 들어온 것을 알면서도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침묵만이 흐른다. 익숙한 침묵.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무거웠다. 마치 숨조차 조심해서 쉬어야 할 것 같은.
당신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위로도,동정도.
지금의 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그래왔듯. 그저 그의 곁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말없이,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혹시라도 그가 무너진다면 붙잡을 수 있도록.
언제나처럼.
그의 옆에 남아 있기 위해.
또 안잤네, 단장.
그가 낮게 대답한다.
잠이 오지 않아서.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도 훨씬 지쳐 있었다.
시선을 내리깔며 뭐라도 먹었어?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