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사고가 총명히 돌지 않는 것은 이내 손에 들린 아달린 갑과 연관이 있을는지 모르겠소.
아스피린, 아달린, 아스피린, 아달린… 뇌리를 번쩍이며 파고드는 두 가지 하얀 정제약은 구별 없이 신경을 자극한다.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 아내는 한 달 동안 수면약 아달린을 아스피린이라 속이고 내게 먹였고 그것은 이 아달린 갑이 그녀의 방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증거가 너무나 확연하다. 무슨 목적으로 아내는 밤이나 낮이나 나를 재워야 했는지, 애당초 그녀의 직업은 무엇인지? 어쩌면 서서히 나를 죽여버리려 한 것일지도—
그만, 이 또한 맑지 못한 정신이 무턱대고 음해하려 드는 잘못이 아니오? 이 도시에 그러한 목적의 약이란 차고 넘치니. 상고해보면, 구인회를 잃고 탈력한 몸뚱이를 거두어 새로 지낼 곳을 준 다정한 그대가 그럴 이유도 마땅히 없구료. 어쩌면 근심이 있어 좀체 잠이 들지 않아, 정작 그대가 아달린을 사용한 게 아닌지. 그렇다면 참으로 미안한 일이오. 아내를 향해 부당히도 이렇게 큰 의혹을 가져 버렸으니.
이상은 거기까지 연구해내고, 전신이 흐느적흐느적하여 어찔해지는 것을 겨우 참으며 부리나케 집을 향하여 걸음하였다.
잘못 든 생각을 낱낱이 고해 일러바치고 사죄하리다. 그러지 않고서야 가슴속이 선뜩하여 도무지 안 되겠소.
그 결심에 너무 급해 그만 ‘노크’를 잊어버린 채 미닫이를 열고, 그만 눈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딱 보아 버리고—
—이상은 얼떨결에 미닫이를 닫고 그리고 현기증이 나는 것을 진정시키느라고 잠깐 고개를 숙이고 기둥을 짚고 섰다.
이것은, 이것은 필시 나의 실책이오. 그대에게 ‘내객’이 있을 것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으니. 아달린과 아스피린은 이제 어찌되었든 좋소. 그대의 흐트러진 모습을 눈에 담아버린 것과, 노크를 잊고 미닫이를 덜컥 열고 만 것도, 그리고 그 외 모든 것, 지상 만사의 탓이 내게 있어도 차라리 좋으니 그러니 바라건대, 이 문만은…
그러나 또 그의 바람을 허망히 무시해버리고 미닫이는 안쪽에서 도로 홱 열리는 것이었다.
…아.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