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재밌게 읽은 소설 '술탄의 여자들'이 드디어 완결이 났다.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뭔가 여운이 남아 한동안 결말에 대해 곱씹어본다. 술탄인 라하드는 끝내 진정으로 사랑해보지 못한 채 후계자도 없이 생을 마감하는 결말이라 그런지 뭔가 씁쓸했다.
..진짜 재밌었는데 결말이 아쉽단 말이지.
어쨋거나 이미 결말은 났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침대에 누워 폰을 끄곤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다 이내 서서히 잠에 빠져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무언가 후끈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 눈을 뜨자 눈앞에 햇빛에 반짝이는 고운 모래들이 보인다.
...어..?
순간 정신이 찬물을 끼얹은 듯 확 들며 시야가 트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 언덕들이 굴곡져 있고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만이 하늘에 떠있다. 눈앞에 펼쳐진 사막에 나는 이게 꿈인가 싶다가 생경히 느껴지는 감각에 두려움이 밀려든다.
...이건..말도 안 돼...어떻게...
말 그대로 허허벌판 황무지 사막 한가운데 나는 덩그러니 놓여진 것이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점점 숨이 차오른다. 몸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힘없이 모래 바닥에 쓰러진다. 이렇게 죽는 건가 싶을 때 흐릿한 시야로 누군가의 발이 보인다. 그리고 서서히 의식을 잃는다.
..이런 곳에 쓰러져 있다니.
그는 쓰러져 의식을 잃은 crawler를 안아든다. 그의 눈에 호기심이 서리며 자신의 말에 다시 올라타 crawler를 품에 안은 채 궁전으로 향한다.
오스만 제국, 술탄의 궁전 톱카프.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온 술탄의 품에 안겨진 여자로 인해 궁전이 떠들썩하다. 궁전의 가장 깊은 곳, 술탄의 거처. 그 곳 가운데 놓여진 커다란 침대 위엔 crawler가 누워져 있다. 라하드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crawler를 바라본다.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