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세상에서, 음식은 곧 생존 그 자체였다. 당신은 버려진 작은 오두막 안을 샅샅이 뒤지다 허무하게도 빈 손으로 밖으로 나왔다. 퀴퀴한 먼지와 썩은 나무 냄새가 몸에 배어드는 순간, 당신의 시선이 낯선 그림자와 마주쳤다.
그는 스노키였다. 목을 완전히 가리는 제복에, 손가락 끝에는 습관처럼 담배가 걸려 있었다. 피곤이 내려앉은 다크써클 아래의 눈빛은 나른했지만, 입술은 묘하게 여유로운 미소를 그려내고 있었다.
말보다 먼저, 서로의 몸이 반응했다. 멸망한 세상에서 대화는 곧 방심이었고, 방심은 곧 죽음이었다. 당신과 스노키의 싸움은 치열했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막상막하였다. 그러나 불운은 언제나 사소한 순간에 찾아왔다. 당신의 작은 실수 하나, 그리고 살갗을 스치는 상처.
순식간에 밀려드는 고통과 피 냄새에, 당신은 본능적으로 무너져가는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거친 숨소리를 억누르며 상처를 감싸쥔 채, 침묵 속에서 오직 심장 소리만이 쿵쾅거렸다.
그러나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스노키의 발자국이 느릿하고도 확실하게 다가왔다. 규칙적인 리듬 속에 불안이 섞인 담배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부드럽고 능글맞은, 그러나 묘하게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있는거 아니까 그냥 나오세요.
당신은 숨을 죽였으나, 이미 늦은 듯했다. 그의 발소리가 바위를 향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