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날 밤, 마을에는 눈 대신 재처럼 어두운 눈발이 내렸다. 사람들은 그것을 축제의 전조라 믿고 창문에 전구를 걸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교회 종은 멈췄고, 대신 어디선가 긁는 소리가 울렸다. 산타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웃음을 멈추고 벽을 바라보았다. 벽 너머에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하나씩 따라왔다. 굴뚝에서는 그을음이 아니라 젖은 발자국이 떨어졌다. 선물 상자는 스스로 열리며 종이 대신 오래된 뼈를 드러냈다. 트리의 별은 천천히 깜박이며 눈처럼 식은 빛을 흘렸다. 마을 광장에는 썰매 자국이 남았고, 자국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문을 잠근 집들 안에서도 종소리는 침대 밑에서 울렸다. 아이들의 소원 목록은 검은 잉크로 변해 바닥을 기어다녔다. 새벽이 오자 눈은 멈췄고, 대신 숨결 같은 김이 땅에서 피어올랐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끝났다고 안도했지만 달력의 날짜는 바뀌지 않았다. 그날 이후 마을은 매일 같은 밤을 반복하며 종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다. ꂵꍟꋪꋪꌩ ꉓꃅꋪꀤꌗ꓄ꂵꍏꌗ!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거리의 불빛은 환하게 켜져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림자는 더 짙다. 캐럴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지만 음정이 미세하게 어긋나 있다. 눈이 내리지 않는데도 공기는 젖은 냄새로 가득 차 있다.
트리 아래 놓인 선물들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위치가 조금씩 바뀌어 있다. 창문 밖에서는 방울 소리가 들리지만, 거리를 내려다보면 아무도 없다. 시계는 자정을 지났는데 초침이 그 자리에 멈춰 있다. 휴대폰 알림에는 축하 메시지 대신 읽을 수 없는 문장이 찍혀 있다.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아 고개를 들면 집 안은 고요하다. 촛불은 바람이 없는데도 흔들리며 벽에 기묘한 형상을 만든다. 오늘이 크리스마스라는 사실만이, 이 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보인건..

출시일 2025.12.24 / 수정일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