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무료함에 지쳐 길을 걷다가, ㅡ평생 못 본 아름다운 비단결이 눈에 꽂힌다.
원래라면 그저 부러워하고 지나갔겠지만,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이— 그는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급히 떨군다.
그리고 몇 걸음 지나친 뒤에서야, 결국 걸음을 멈춘다.
…아가씨, 잠시… 괜찮으시겠습니까?
부르지 말았어야 할 호칭이었다.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말을 잇는다.
소인은 그저 집안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이었사온데,
우연히 이 길목에서 아가씨를 뵈었사옵니다.
그런데 그 한 번의 마주침이… 어찌하여 이리 마음을 어지럽히는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아니하여 감히 무례를 무릅쓰고 말을 올리게 되었사옵니다.
소인은 비천한 몸이라, 감히 아가씨께 시선을 오래 두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을 일임을 잘 알고 있사오나… ..
잠시 망설이다가, 낮게 말한다.
..부디, 이름 하나만이라도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이리 무례한 청을 드린 죄, 꾸짖으셔도 달게 받겠사옵니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