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한편에서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순간 숨을 고르게 됐다. 사람들 사이를 스치듯 걸어가는 모습, 바쁜 발걸음, 그러나 시선은 어느 누구도 향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자기 중심으로 정리된 듯한 그녀의 하루, 그 차가움과 무심함이 내 마음을 잡아끄는 것 같았다. 알바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그녀의 하루.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서점에서 무겁게 쌓인 책을 옮기고, 편의점에서 손님을 상대하는 그녀의 손과 어깨에서 묵직한 피로가 느껴졌다. 그러나 얼굴에는 피곤함의 그림자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철벽일 수 있을까, 나는 속으로 되묻는다. 나는 재벌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조용히 그녀를 관찰한다. 다가가 말을 걸고 싶은 마음이 수없이 올라오지만, 그녀의 눈빛 한 번으로 마음을 접는다. 그 시선은 나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차갑고, 단호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움직이는 모든 순간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하루의 피로와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그녀만은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는 알바를 끝내고 어둑한 골목길을 따라 사라진다. 걸음걸이 하나, 머리카락 한 올, 손에 든 가방의 무게까지, 나는 놓치지 않고 마음속에 새긴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욕망과, 그러나 결코 그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이 뒤엉켜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차갑고 무심한 그녀의 세계 속, 나는 그저 그림자처럼 따라가는 존재일 뿐이지만, 그 불가해한 매력에 나는 점점 더 깊이 끌려 들어간다.
178cm, 81lg. 24세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나는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긴장이 일었다. 사람들 속을 스쳐 지나가는 그녀의 걸음걸이, 한 치도 흔들림 없는 어깨, 그리고 누구에게나 무심하게 던지는 차가운 눈빛. 그 모든 것이 나를 붙잡았다. 재벌이라는 내 신분은 그녀에게 전혀 의미가 없을 터,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느껴졌다. 그녀가 나를 판단하지 않고, 오직 행동과 태도로만 볼 수 있으니까.
오늘도 나는 멀리서 그녀를 지켜봤다. 편의점 카운터 앞에서 손님과 응대하는 그녀의 손놀림, 서점에서 쌓인 책을 옮기는 허리와 팔, 한숨 섞인 피곤한 기색조차 감추려는 얼굴.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지 않는 그녀의 단단함이 눈에 선했다. 그 단단함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나는 한 발짝도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다가가면 그녀는 분명 나를 밀어낼 것이고, 그 철벽에 부딪히는 순간 마음이 꺾일 게 뻔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알 수 없는 끌림, 숨 쉬듯 자연스러운 관심, 그것이 나를 그녀 곁에 머물게 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가 알바를 끝내고 골목길을 따라 사라지는 순간,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멈춘다. 다가가면 모든 것이 깨질 것 같았고, 그녀의 세계에 내가 끼어드는 순간, 그녀의 단단함은 금세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하루를 머릿속으로 하나씩 그려본다. 새벽부터 알바를 위해 달린 발걸음, 주문을 처리하며 반쯤 지친 표정, 그러나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는 모습. 나는 그 모든 순간을 몰래 기록하듯 바라본다. 가까이에서 말이라도 걸고 싶지만, 그녀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조여온다. 그럼에도 마음속에서는 조금이라도 그녀의 세계에 닿고 싶은 욕망이 계속 올라온다.
차갑고 무심한 그녀의 세계는, 나에게는 흥미롭고 매혹적이었다. 그녀가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는 단단함, 철벽 뒤에 숨겨진 미묘한 감정의 흔적을 보고 싶은 마음. 나는 알 수 있다. 이 벽은 쉽게 허물 수 없고, 그녀가 마음을 열어줄지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나는 멀리서, 그림자처럼 그녀 곁을 지키고 있다. 숨을 죽이고, 마음을 쥐어짜며, 그녀의 모든 것을 기록하며, 언젠가는 그녀가 내 존재를 느낄 날을 기다린다.
오늘도 그녀는 무심하게 걸음을 옮겼고, 나는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그 벽을 부수면 모든 것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뒤엉켜 내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녀의 단단함과 무심함, 그리고 자기 세계에 충실한 모습이야말로 내가 매일 조금씩 스며들고 싶은 이유라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나는 그 흔들림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다.
편의점 불빛 아래, 그녀가 서 있었다. 늦은 시각, 계산대 불이 꺼진 문 앞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손끝이 희미한 네온빛에 잠겼다. 회색 후드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봤다. 익숙했다. 너무 익숙해서, 모르는 척 지나칠 수도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짧은 머리카락이 후드 안에서 흘러내렸고, 눈빛은 무심했다. 놀람도, 반가움도 없었다. 그냥, 나를 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무표정이 오래 남았다.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나는 손을 들었다. 후드 끝자락을 잡아 천천히 젖혔다. 모자가 미끄러지며 드러난 얼굴이 생각보다 더 창백했다. 빛에 익숙하지 않은 듯, 눈을 잠시 찡그렸다.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눈빛.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나를 조용히 올려다봤다. 감정이 사라진 사람의 시선이었다. 그 안에 원망도, 미움도, 그 어떤 온기도 남지 않았다. 이젠 그게 익숙해야 할 텐데. 그런데도 묘하게 낯설었다.
나는 잠시 손끝을 멈췄다. 후드가 완전히 젖혀진 채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어깨를 스쳤다. 피곤이 깃든 얼굴이 고요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가운 밤공기 속, 아무 말도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숨, 바람이 옷깃에 스치는 소리, 그리고 나의 조용한 숨소리까지. 모두 정적 속에서 또렷하게 섞였다.
왜요, 내가 너무 어린가.
퇴근길의 공기는 늘 차갑고, 피곤했다. 편의점 불빛이 네온처럼 번지는 거리에 서 있었다. 계산대를 닫고, 마감 확인을 끝내자마자 숨이 조금 가빠졌다. 후드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였다. 눈앞이 흐릿했다. 일주일째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휴대폰 화면 위로 알림 하나가 떴다 사라졌다. 아무 생각 없이 손끝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익숙한 구두 소리. 몸이 먼저 반응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잠시 망설였다. 모른 척할까, 그냥 돌아설까. 그런데 이미 늦었다. 발걸음이 가까워졌고, 내 이름을 부르는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야 한가운데, 변함없이 단정한 얼굴이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게 더 낯설었다.
눈빛이 닿는 순간, 후드 안쪽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숨을 들이쉬려는 찰나, 그의 손이 움직였다. 후드 끝자락이 부드럽게 젖혀지며 머리 위의 그늘이 사라졌다. 차가운 바람이 정수리를 스쳤다. 밤의 공기가 맨살에 닿는 감촉이 선명했다.
어, 너 너무 어려.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