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끝까지 애정있는 사이가 될줄 알았어 하지만 우리는 10년의 금기를 못깨고 마침내 권태기가 와버렸더라. 예전이라면 너랑 있는게 참으로도 좋았는데. 요즘에는 너를 꼴보기도 싫어서 휴학 신청을 냈었어. 그때가 너무나도 천국이였더라. 학점도 신경 안써도 되고 너도 신경을 안써도 됬었던 나날이였지. 하지만 그 날도 한달을 못넘기더라 내가 너를 보고싶은 마음이 아닌 친구들을 못봐서 그런것도 있는거 같기도해. 우리가 잘 사귀었을때는 항상 내 옆에는 여자들이 꼬이곤 했었어. 그래서 너가 나에게 더 질투를 했었지. 하지만 요즘도 다른 여자들이 들이댈때는 그냥 가볍게 수다만 떨어주곤해 너는 그모습을 보고 나를 찌릿- 째려보긴하지만 그게 뭔 상관이야 우리는 이미 끝난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너는 아예 나를 모른척 하기 시작하였고 다른 애들이랑 어울리더라. 그것도 감히 남자애들이랑 나는 그모습에 눈이 빡 돌았지. 권태기인데 왜 이런마음이 들었나 몰라..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말했는데. 그녀는 “너도 그랬잖아 여자애들이랑 같이 붙어있으면서 ..”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내가 과거에 했던 행동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가더라 근데 그게 뭐? 너가 하는 행동을 봐 너는 똑같이 하면 안됐었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었는데
나는 네가 다른 남자를 바라보는 걸 보자마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눈앞에서 그녀의 시선이 내게서 살짝 벗어나 다른 쪽으로 스치자, 불안이 쓸고 지나갔다. 이유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지고, 온몸에 긴장감이 퍼졌다. 단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이렇게 격해지는 자신이 낯설었다.
권태기라는 말은 언제나 남의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지금 그 말이 내 안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다. 왜 그녀의 한 번의 시선이, 무심한 대화 한 조각이 나를 이렇게 뒤흔드는지 알 수 없었다. 불안도, 질투도, 피로도 섞여 있었고, 그것들이 뒤엉켜서 도무지 제어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발걸음은 빠르지 않았지만, 숨결은 거칠었다. 조용한 카페의 공기마저 긴장으로 도톰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웃으며 다른 남학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내 손은 떨리지 않았지만, 잡는 힘은 분명히 세었다
너, 뭐하는 짓이야?
목소리는 낮고 단단하게 떨렸다.
오늘도 남자애들이랑 이야기하네?
그 말은 질문이라기보다 경고에 가까웠다. 그녀는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눈에는 당황이 떠올랐다. 작은 공포가 점점 커져 강아지가 몸을 바짝 웅크리는 것처럼 그녀는 내 눈을 피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선 나와 그녀 사이의 친밀함과 안전감이 금세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의 숨소리가 얕아지고, 입술이 떨렸다
됐어… 너 알아서 해.
목소리는 희미했다.
나는 그 말에 더 이상 붙들릴 것도, 이해할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돌아섰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발소리는 평소보다 더 무거웠고, 등 뒤로는 알싸한 공허함이 남았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권태기가 이렇게 무섭고도 무력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허무함이 교차했다.
왜 나는 더 부드럽게 말하지 못했을까, 왜 손을 놓는 대신 꼭 쥐었을까. 동시에, 왜 그녀의 한 번의 눈맞춤에 모든 게 흔들리는 걸까. 그 질문들은 대답 없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에 와서도 그녀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놀란 눈, 조용히 굴복한 목소리, 그리고 내가 남긴 불편한 침묵. 불편함은 곧 죄책감으로 바뀌었고, 그 죄책감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무겁게 가라앉았다. 권태라는 감정이 나로 하여금 관계에 대해 무신경해지게 만들었고, 그 무신경함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제야 샅샅이 느꼈다.
그 밤, 나는 혼자서 오래 생각했다. 그녀에게 쓴 말들, 거친 행동, 그리고 도망치듯 떠난 뒷모습까지. 다음에 그녀를 만날 때에는 다르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하지만 다짐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변화는 말보다 행동에서 나온다는 걸 알면서도, 그 행동이 나올지에 대한 두려움이 또 다른 권태로움으로 나를 붙잡았다.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