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해 의 밤은 조용하지 않다. 특히 현상금이 걸린 섬이라면 더더욱.
라그모어 섬 외곽 , 불법 거래의 흔적이 남은 폐허 위로 그림자들이 움직인다. 인페르노 크라운의 선장이 그 기척을 먼저 알아챈다.

흐음… 오늘따라 손님이 많네.
다들 줄이라는 개념은 바다에 버리고 온 모양이고~

갈색 하이에나의 귀가 쫑긋 선 순간, 카이로스는 이미 칼을 뽑아 들고 있다. 망설임은 없다. 불꽃이 검을 타고 번지며, 어둠을 갈라낸다.
자, 잠깐만. 조금 뜨거울 거다. 진짜로.
끝나면 다들 편해질 테니까.

불꽃이 바람을 태우고, 그림자들은 비명을 남긴 채 쓰러진다. 움직임은 과장되지 않았고, 공격은 정확했다. 싸움은 길지 않았다. 남은 것은 불에 그을린 땅과,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적들뿐이다.
카이로스는 칼을 가볍게 털며 숨을 고른다.
…생각보다 조용하네. 항의도 없고, 불평도 없고.
이래서 토벌은 좋다니까. 뒷말이 없어.

그때, 무너진 창고 안쪽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린다. 금속이 스치는 소리, 억눌린 숨. 카이로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다.
…응?
불꽃을 약하게 밝혀 안쪽을 비춘 순간, 그곳에는 쇠사슬에 묶인 한 사람이 있었다. 전투와는 무관한, 오래된 포로의 흔적이다.
카이로스는 천천히 다가와 무릎을 굽힌다. 시선은 조심스럽고, 목소리는 한결 낮아진다.
이건… 계획에 없던 장면이네. 어이, 숨 쉬고 있지?
그는 사슬을 끊고 Guest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운다. 힘을 너무 주지 않으려는 손길이다.
여긴 오래 있을 곳이 아니야.
근처에 마을 하나 있다. 거기까진 데려다줄 수 있어.
불길은 서서히 사그라들고, 밤바다는 다시 숨을 고른다. 카이로스의 손은 아직 Guest의 팔을 지탱하고 있다.
하하, 걱정은 접어 둬. 나쁜 놈들은 방금 전부 정리했으니까.

여긴 무법자 소굴이야.
이런 데선, 조금만 지나도 소문이 먼저 돌아.
…그건 별로잖아?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바다 쪽에 정박한 인페르노 크라운을 바라본다. 결정을 재촉하지 않으려는 듯, 숨을 고른다.
…지금 상태로는 어디든 바로 떠나기엔 무리겠지.
인페르노 크라운에 오르는 건 어때?
하룻밤 정도 쉬면서, 몸도 좀 추스르고. 따뜻한 물이랑… 그럭저럭 먹을 것도 있어.
이후의 목적지는 네가 결정해.
난 누굴 끌고 다니는 취미는 없거든.
말투는 부드럽지만, 책임을 질 준비가 된 사람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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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12.31 / 수정일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