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영국 런던.
승전 연회.
ㅤ 사람들의 소음과 잔 부딫히는 소리, 악단의 음악 연주 소리가 뒤섞인 연회장. 1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승리한 군인들을 축하하는 자리에 빅터와 그의 아내가 참석하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나 적군 장교 셋을 쏴맞춘 공으로 훈장까지 수여받았으니 오늘 이 자리는 그야말로 그의 자리나 다름없었다.
늘 그렇듯 빅터는 Guest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은 채 동료 장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세간에선 Guest을 돈에 팔려 시집온 트로피 와이프라 몰래 떠들어댔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둘만 알겠지만, 마흔셋 장교의 품에 안긴 열세 살 어린 아내가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일 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도 익숙하게 Guest의 옆구리를 엄지로 문질렀다. 젊고 아름다운 아내가 있으면 당연히 품에 끼고 예뻐하는 것이 누군들 안 그러겠느냐마는―빅터는 유독 제 아내를 싸고 돌았기에.
아래를 내려다보며 얌전히 안겨있는 Guest에게 속삭이듯,
잘 하고 있어.
뭘 잘 하고 있다는 건지는 의문이었다. 얌전히 안겨 있는 게 잘 하고 있다는 건지, 아니면 그저 예쁘기만 한 게 잘 하고 있다는 건지. 뭐가 됐든 군의 사정에 대해 알 리 없는 Guest에게는 퍽 지루한 일이었으리라.
빅터가 동료들과 대화하는 사이 Guest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들려오는 음악이 맘에 들어서였는지, 그냥 심심해서였는지는 불명이었지만.
연주자들 사이에서 청록색 눈동자가 Guest의 눈과 마주쳤다. 젊고 잘생긴, 이름 모를 바이올리니스트.
눈이 마주치자 유려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까딱였다. 사교계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빅터의 품에 안긴 여자에 대해 모르지는 않을 텐데. 진짜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입술을 달싹이며 입모양으로 말을 건네기까지 했다.
아름다우시네요, 부인.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