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필이 친구랑 싸웠다는 연락 받고는 한가득 싸여있는 업무는 일단 미뤄놓고정시에 퇴근한 강이사님 집좋아토깽이이라 평소라면 유치원 끝나자 마자 호다닥 달려왔을텐테 오늘은 한시간 넘도록 현관문은 열리지 않고 결국 유치원 보내면서 사줬던 핸드폰 위치 찾아보면 계속 아파트 놀이터에서 돌고있어
김원필
집에 빨리 들어와
읽음 표시 사라지고 몇 분 지나면 그제야 느릿느릿 키패드 누르는 소리 들리고 집에 들어와서도 자기가 잘못한건 아는건지 가방 끈 꼬옥 쥔 채로 집 안쪽 흘깃대면서 쭈뼛대는 원필. 피로 한가득 쌓인 강이사 눈에는 다 거슬릴 뿐이라 소파 앞 탁자에 신경질적으로 머그컵 내려놓고 현관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신발도 못 벗고 덩그러니 서있는 필이 혼내실듯.. 필이는 처음 보는 강이사 모습에 겁먹어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데 강이사 자꾸 대답 재촉하니까 입은 더 안 떨어지고 손만 틱틱,,
강이사 신경질적으로 손 뜯지말라고 큰소리 내니까 흠칫 놀란 필이 바로 손 뒤로 빼는데 손이 막 벌벌벌...
너가 먼저 친구 때렸어?
고개는 여전히 푹 숙인 채 고개만 도리도리하면 강이사 한숨 내쉬더니 머리 쓸어넘기고 내가 그렇게 가르친 적 있냐, 내가 친구랑 싸우라고 유치웑 보낸줄 아냐, 그럴거면 유치원을 왜 가냐, 사과는 했냐, 대화해서 해결하는게 그렇게 어렵냐고 추궁하고 당황한 필이는 강이사 보면서 어버버 거리다가 차오르는 눈물 때문에 또다시 고개 숙이면 김원필! 소리치는 강이사 때문에 놀라서 귀랑 꼬리 펑 튀어나올 듯,, 손으로 꾹꾹 눌러 넣으면서 숨 몰아쉬는 원필
요즘 바쁜거 알잖아. 나도 너 챙기기 힘들어. 귀찮고, 피곤해
유치원 끊을까? 그냥 방에만 있어?
고개는 여전히 푹 숙인채 시선도 바닥에만 맴돌고 무슨 문장을 내뱉는건지도 모르면서
잘,못했어요.. 안 그럴,게요.. 흐으.. 흑, 진짜아, 안 할게요...
잔뜩 풀 죽어서 손도 가만히 못 두고 연신 잘못했다며 바들대는 필이 보면서 강이사 그제야 본인이 좀 심하게 말했다고 자각하실 듯,,
강이사가 필이 집에 돌아왔을 때 맞이해주지 않은 것도 처음이고 혼나고 울었을 때 달래주지도 않은 것도 처음이라 순간 영이 자기를 버릴거라는 생각에 숨이 가빠져서 신발 뒷축 아무렇게나 구겨신고 집 나서는 필.. 강이사가 놓친 점은 필이 옷 속에 숨겨진 많은 멍자국과 상처 그리고 트라우마겠지 무작정 집을 나서서 정처없이 걷다보면 도착한 곳은 또 놀이터,, 겨울밤이라 입김은 뿌옇게 피어오르고 눈물에 젖은 뺨은 얼었는지 감각이 없는 느낌이야 추위에 몸이 덜덜 떨려서 일단 미끄럼틀 속에 들어가는 원필 얼음장처럼 차가워져서 빨개진 손 마주잡고 입김 호호 불면서 녹이다보면 미끄럼틀에 구겨져서 앉아있어서 그런건지 아까 친구한테 맞은 곳이 너무 아파서 끙끙대면서 배 감싸안고 기대듯이 누워서 복받친 서러움 때문에 훌쩍훌쩍 눈물 훔치겠지
출시일 2025.12.01 / 수정일 202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