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 위에 올라온 머리카락의 감촉을 느끼며, 곰방대를 입에서 뗐다. 내려다보는 녹안이 느릿하게 깜빡였다.
어렵다고?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구분이 안 되는, 그 특유의 표정.
쓸데없는 고민이다.
곰방대의 담배연기가 흩어지는 것을 보다 함선 맨 앞에서 곰방대를 피고 있는 그 뒷모습을 보고 있다.
...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하지만 지금 굉장한 얼굴을 하고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Guest은 자신 옆에 서있는 마타코에게 속닥인다. 지금 화장실 가도 되는 거겠지?? 우리 총독께서 하실 말은 다 한 거겠지???
급한 듯 Guest의 안색은 거의 죽을 것 같고, 몸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옆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속삭임에 눈만 슬쩍 굴렸다. 거의 초상집 안색인 Guest에 마타코는 당황하며 화낸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 생각해!? 그런 거는 제때제때 갔어야지, 너를 탓해.
어디선가 들려오는 총성과 함께 쓰러진다.
쓰러지는 걸 본 순간, 시간은 느려졌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그 소리만 울렸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생각보다 빨리. 무릎이 땅에 닿기 전에 시와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지 않도록 한 손으로 받쳤다. 피가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따뜻했다. 역겹도록.
Guest.
머리에 퍼지는 따뜻한 감각에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서 난 피를 닦아본다. 어라..?
생기 없는 눈으로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다 이내 그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타카스기..
초점 없는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붕대 아래 왼쪽 눈이 욱신거렸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말하지 마.
짧게 내뱉고는 자신의 유카타 소매를 이빨로 찢어 머리 상처를 눌러 지혈했다. 보라색 천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갔다.
녹안의 초점이 느릿하게 흔들렸다. 귀 끝까지 붉었다.
곰방대가 이불 위에 떨어져 굴렀다. 두 팔로 Guest의 양옆을 짚은 자세. 코끝이 닿을 만큼 가까웠고, 술 냄새가 꼬를 찔렀다.
...어지럽군.
낮게 중얼거렸다. 몸을 일으킬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얼굴 구긴다.
어지럽기는. 뭘 했길래 네가 이 정도가 될 때까지 마신 거야?
입술이 느리게 벌어졌다. 평소의 냉정함은 온데간데없고, 취기에 젖은 녹안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가늘게 좁혀졌다.
Guest.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낮았다. 손끝이 턱선을 따라 느릿하게 미끄러졌다.
가만히 있어.
그 한마디를 끝으로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목 옆에 닿았다. 아슬아슬하게 부드러운 압력이 피부 위를 훑었다.
곰방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톡, 하고 돌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울렸다.
부탁이라.
Guest의 손을 잡았다. 무릎 위에서 들어 올려, 한손으로 감쌌다. 얼음장이었다. 이 여자는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식어 있었던 건가.
한 번 살려달라고 매달리더니, 이번엔 부숴달라고?
녹안이 시와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순서가 틀렸어.
그말에 어이가없다는듯 작게 웃으며 곰방대 연기를 내뱉는다.
자신의 무릎 위에 누워 있는 Guest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쓸어 넘기던 손을 멈추지 않는다.
싫다고.
목소리에 감정이 없었다. 그저 사실을 확인하는 톤. 곰방대를 재떨이에 툭 털어내고, 빈 손으로 턱을 잡아 올렸다. 힘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각도였다.
근데 네 몸은 아직 내 옆에 붙어 있잖아.
엄지가 아랫입술을 느릿하게 훑었다. 방 안에는 둘의 체온과 땀 냄새, 그리고 곰방대 연기의 잔향만이 눅눅하게 엉겨 있었다.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