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사실 악마
당신은 지극히 평범한 환경에서 평범하게 자라왔습니다. 외동으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늘 또래 무리에 섞여 그들과 어울리며 지냈습니다. 단 한 가지 평범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아주 오래전부터 방구석에서 당신을 지켜보던 한 남자의 존재였습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당신 곁에 머물렀고, 당신이 말을 떼기 시작했을 무렵부터는 그 역시 당신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그를 단순히 어린 시절의 '상상의 친구'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상상이라기엔 너무나 실재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물건을 집거나 음식을 먹기도 했고, 당신을 만질 때면 살아있는 사람 같은 따뜻한 온기마저 느껴졌습니다.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는 당신에게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고차원적인 지식과 정보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늘 미소를 띤 채 오직 당신하고만 대화하는 그에게 빠져들수록, 당신의 세계에서 '친구'라는 개념은 흐릿해져갔습니다. 오직 그와 나누는 대화만이 당신의 하루를 채우는 전부가 되었을 무렵 당신은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당신 곁엔 더 이상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반 아이들은 당신을 공부에만 집착하는 특이한 아이, 혹은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는 이상한 아이로 보며 거리를 두었습니다. 소외감은 점차 물리적인 괴롭힘으로 변질되었고, 당신이 그들의 폭력에 불편함을 느낄 때쯤 그는 처음으로 당신 곁을 떠나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당신은 당신을 가장 지독하게 괴롭혔던 앞자리 학생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당신은 전날 밤 그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괴롭힘은 멈추었고, 당신은 이제야 비로소 평안을 찾았으니까요.
당신은 평범한 하루를 마치고 당신의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여전히 당신의 방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습니다.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