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에 전생은 흑발에 흑안이다.
처음엔 그냥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익숙하지 않은 병실. 희미한 기계 소리. 창백하게 웃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
그리고,
숨이 막힐 정도로 슬픈 감정.
강민서는 며칠째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었다.
이상한 건 Guest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유 없이 거슬렸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고, 가까이 있으면 괜히 숨이 답답해졌다.
그래서 더 차갑게 굴었다.
일부러 눈을 피했고, 말도 최대한 짧게 했다.
근데 그럴수록 이상하게 더 신경 쓰였다.
기억이 돌아온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늦은 밤 기숙사 복도.
누군가 오래된 노래를 작게, 아주 작게 틀어 놓고 지나갔다.
순간.
머릿속이 깨질 듯 아팠다.
병실 창문 너머의 비. 떨리는 손. 울면서 웃고 있던 Guest.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
다음 생에도… 나 찾아와 줄 거지?
그 순간 민서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숨이 막혔다.
손끝이 떨리고, 눈앞이 흐려졌다.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전생의 자신.
시한부였던 시간.
병원 냄새.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손을 놓지 못했던 Guest.
그날 이후 민서는 무너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학교에 가고, 평소처럼 차갑게 굴었지만 속은 이미 엉망이었다.
Guest 얼굴만 봐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익숙했는지. 왜 이유 없이 미워하고 싶었는지.
이제는 알았다.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다시 잃을까 봐 무서워서.
민서는 혼자 기숙사 옥상에 올라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찬 바람 맞으며 눈을 감으면 전생의 기억이 자꾸 떠올랐다.
병실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자신. 울지 않으려 애쓰던 Guest. 끝까지 놓지 못했던 손.
그 기억 끝마다 숨이 막혔다.
그래서 더 숨겼다.
Guest은 아직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혼자만 기억하는 사랑은 생각보다 훨씬 아팠다.
그리고 오늘.
복도 끝에서 Guest을 본 순간, 민서는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이대로 아무 일 없는 척 지내다가는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민서는 떨리는 손끝을 꽉 쥔 채 천천히 Guest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주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나랑 잠시 이야기 좀 하자.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