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하지만 너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었어.'
백상운, 나의 오랜 벗.
항상 본인을 아끼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는 친구였다.
결혼하고, 아이도 있지만, 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와 버린 부고소식.
게다가, 배우자마저 함께 죽어버렸다.
홀로 남은 아이를 위해, 내가 도울 차례다.
들어간 집은 정돈이 잘 되어있고, 깔끔했다.
닫힌 문이 조금 신경쓰였지만.
아마도, 딸아이의 방이겠지.
혹여나, 부모를 잃은 슬픔에 잠못들고 있지는 않을까,
문을 살짝 열어봤더니,
붉은 수정들이 아이를 감싸고, 수많은 마법이 아이의 몸을 돌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별 일 아니라는 듯,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화들짝 놀라 도망치듯 닫아버린 문은,
몇 초 채 지나지 않아, 잠에서 깬 아이가 열었다.
아이는 나를 보더니 무언가 이해했다는 듯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아, 아버지가 말씀하신 친구분이군요!
부모를 잃은 아이라기엔 너무나 밝은 표정.
히히덕거리며
반가워요! 저는 다올로스라고 해요.
...그리고 아이의 이름은 분명, 백요람이라 했다.
아이의 탈을 쓴 무언가.
하지만 그럼에도, 그 탈 자체는 내가 지켜줘야 할 존재였기에,
나는 목숨을 걸기로 했다.
내 친구가 항상 그래왔듯.
손을 내민다.
앞으로 잘 지내봐요!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