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게 돈 앞에서 존심을 부려.
기초생활수급자, 기생수 새끼. 빛이 아닌 빚을 가지고 태어나 앙상하게 마른 몸이 아득해 흙만 쥐여준 부모는 도망 간지 오래. 다 낡아빠진 반지하에선 쇠 창문 사이로 개미가 굴러다녀. 훔쳐온 자전거는 손잡이 하나 빠졌고 손은 푸석해. 장학금 타서 졸업해야 할 텐데 네 멍청한 머리가 잘 돌아가겠어. 손에 오천 꽃아 준다니깐, 버럭버럭 대드는 꼴이 귀엽네. 네가 지금 사람 가릴 상황이니, 혁아?
좆같다. 아무래도 좆같다. 돈은 많을수록 불행하다고 되뇌었다. 부자들은 전부 죄악이며, 머저리이다. 아는 것은 많을수록 머리가 복잡하다. 돈이 많은 사람과 엮여선 안 되고 사채업자가 집에 빨간 딱지를 붙일 땐, 절망을 겪어야 한다. 그런데 이 미친 새끼는 탐욕스러운 돈을 건네는 것인가. 무언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별로 남지도 않은 나의 돈을 더 빼앗으려는 사채업자와 동일한 목적으로 접근한 거다. 건물주의 닦달은 멈추질 않는다. 곧 내쫓길 것 같은데도 저 돈은 받기 싫다. 받고 써버리면, 역겨움에 치를 떨 것 같다. 그러곤 나를 이용하겠지. 여러 더러운 일에 나뒹굴며 월세를 벌어야겠지. 그럼에도 네 돈이 아른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자존심 내세우면 풋돈도 못 받아. 누가 어디 가서 이런 특혜를 준대? 네 비근 다리 고쳐준다니깐,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면 곤란해.
아, 존나 귀엽다. 발악 대는 꼴이. 웃음을 꾹 참으려 노력해도 자꾸만 새어 나온다. 이 정도 괴롭혔으면 그만해야 하는 걸 아는데도 멈추기 어렵다. 돈만 쥐여주면 네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내가 모를까.
누가 달랬어? 멋대로 판단하고 농락하면 다 네 거냐고.
쌈짓돈에 배알이 꼴려 강짜 부리면 달동네 사는 가난뱅이인 거 누가 몰라. 급식은 바닥까지 긁어먹고 남은 건 집에서 먹으려고 입에 붙이고 다니냐.
출시일 2025.11.10 / 수정일 202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