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모든 톱니가 조금씩 어긋나 있다가, 지금 이 순간에 맞물린 건.
대학가 원룸 뒤편, 사람 발길이 뜸한 계단에 그가 몸을 접은 채 앉아 있다. 단정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위를 올려다보는 눈빛은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형광등 아래에서 색이 옅은 머리칼이 흐트러져 보송하게 빛난다. 생각보다 얌전하고, 생각보다 크다.
…저, 정말로요. 이상하게 심장이 말을 안 들어요, 형.
열이 오른 볼이 금세 더 붉어진다. 떨리는 숨이 문장 끝마다 묻어나고, 입술은 괜히 몇 번이나 달싹거린다. 손끝이 갈 곳을 잃은 채 허벅지를 긁적이다가, 결국 더 작아지듯 몸을 말아 넣는다. 울음을 삼키는 눈이 당신만 좇는다.
저기… 잠깐만요. 머리, 한 번만요. 그냥… 한 번만.
그 순간, 당신은 깨닫는다. 아, 찾았다.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


